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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독문화유산 답사기 - 한국근대사 속 기독교회사 더불어 읽기
유정서 지음 / 강같은평화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혹시 일반적인 역사책이나 학술서적처럼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이면 어쩌나 하는 염려와 함께 집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문화유산에 얽혀 있는 사연들을 쉽고 간결하게 풀어놓아 중간에 막히는 부분없이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문화유산을 장소별로 나누어 다루지 않고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되어 뿌리를 내려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었고, 또 어렵지 않게 머릿 속에 정리해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실려 있는 많은 사진을 보면서는 직접 문화유산을 찾아가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분량의 사진 자료라면 근처까지 가서 헤매는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내용 중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 사물에 대해 간결한 설명을 첨부해 놓음으로써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점도 좋았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심의석이라는 개화기의 건축가나, 홍원식이라는 구한말의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또 춘생문사건과 같이 국사시간에 접해 보지 못한 사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약도를 너무 작게 그려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노안이 온 것인지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게 된 저로서는 돋보기를 손에 들고서야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약도가 작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도와 더불어 유적지의 주소나 배의 운항시간이나 운항회수 등을 기록해 놓은 것은 정말 유용한 정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반가웠던 것은 아무래도 경기도 양지의 촏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내에 있은 소래교회였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자주 올라가서 기도하던 장소인데, 이렇게 사진으로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나 그 외의 나머지 유산들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인천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으면서도 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한 번 찾아가 보지 않았고, 또 총신대학교 근처에 있던 숭실대학교에 있는 기념관에도 한 번 가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인물이 바로 최용신이라는 분이었습니다. 젊은 여성으로써 농촌의 개발과 아동 교육을 위해 동분서주하였던 수고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고, 그 이른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결혼을 약속했던 분이 그 무덤곁에 같이 묻혔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연으로써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타국에 와서 병자들을 돌보다 5년도 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헤론 선교사님의 이야기도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분들로 인해 이 나라에 기독교가 뿌리 내리고 또한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해 왔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제는 그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제암리에서 벌어진 일제의 만행에 대해서는 언제나 분노를 금할 수 없는데, 수촌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곳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이 공격적이고 혁명적인 시위였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민간인에 대한 군대를 동원한 무력 학살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일제의 만행이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격렬한 시위로 인해 일제의 만행이 뒤따라 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처음부터 무력 시위를 의도하였던 것이라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술적인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안타까움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내던 많은 기독교 문화유산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기회가 닿는 대로 교회의 성도님들과 함께 그곳들을 직접 돌아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그 여정에 귀한 가이드가 되어 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