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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
하워드 파일 지음, 이경수.최영민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10년 4월
평점 :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작고 얇은 것에 놀랐습니다. 지하철에서 판매하는 문고판 크기의 미니북 정도의 사이즈였거든요. 하지만 속 안을 들여다 보니 그리 크지 않은 글씨 크기로 상당히 많은 내용이 오밀 조밀하게 잘 편집되어 있더군요. 생각보다 알찬 구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책의 크기에서 받은 인상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것은 바로 표지에 실린 로빈 후드 영화의 포스터 사진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더군요. 그런데 내용을 읽어가다 보니 어, 이거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아직 못보긴 했지만, 영화 내용을 옮겨 놓았다기 보다는 하워드 파일의 원전을 그대로 번역해 놓은 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친척집에 가서 빌려 보았던 세계 소년 소녀 문학전집 시리즈 중에 포함되어 있던 로빈 후드의 모험과 거의 비슷한 스토리였습니다. 덕분에 과거에 로빈 후드의 모험을 읽었을 때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었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미 읽어 본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 읽어 본 내용이라고 해도 벌써 30년 가까이 지난 터라 그 내용이 모두 다 기억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런 내용도 있었구나, 로빈 후드가 이렇게 죽었더랬지 하며 옛 기억을 되살려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는 아더 왕에 관한 짧막한 단편 소설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기쁨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로빈 후드라는 소설을 처음 접해 보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상당히 괜찮은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임새 있는 편집하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번역하며, 손에 잡기 딱 좋은 사이즈 하며,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멋진 표지로 인해 한 번 읽고 내던져 두기 아쉬운 느낌까지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정말 재미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책을 읽거나, 아니면 이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책의 내용과 영화의 내용은 많이 다르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으로 인해 실망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로빈 후드를 소설로 만나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깔끔한 번역과 짜임새 있는 편집으로 잘 만들어진 이 책으로 만나보시는 것은 어떨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