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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하나님 - 15개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본 하나님
마크 갤리 지음, 장택수 옮김 / 하늘산책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마크 갤리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번째로 읽었던 책은 '터프가이 예수'라는 책이었는데, 마가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거친 모습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뭔가 새로운 것을 말하고 있겠거니 싶었던 저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마가복음이라는 특정 텍스트를 중심으로 예수님의 거친 모습을 소개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읽은 '거친 하나님' 역시 '터프가이 예수'와 마찬가지로 뭔가 새로운 것을 소개해 주는 데에는 실패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은, 이러한 제목들이 미국 교회에서만큼은 먹혀들어가는 제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지었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번영 신학에 철저하게 물들어 버린 나머지 오직 친절한 하나님, 친절한 예수님에 대해서만 알고 있지 위대하신 하나님, 엄위하신 하나님, 심판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식없이 살아가고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정도의 내용조차도 충격적일 수 있기에 이와 같은 제목을 지었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 교회는 그 정도로 치우친 하나님을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하나님에 대해 배우며 자라왔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 이미 친숙한 내용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의 편집장이라는 그의 위치에 걸맞는 글 솜씨에 대해서는 흠 잡을 곳이 없어 보입니다. 필립 얀시만큼은 아니지만, 글을 전개해 나가는데 별로 거슬리는 부분이 없이 매끄럽게 잘 연결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강렬하다보니 각 장의 내용과 제목을 계속해서 연결해 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시도를 하게 되었을 때, 제목과 각 장의 내용들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저자가 꽤 오랜 시간의 텀을 두고서 각 장의 내용을 저술해 나갔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각 장의 내용들을 하나님의 다양한 속성을 각각 따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읽어 나간다면 이 책은 상당히 괜찮은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참으로 하나님의 속성에 대해서 일반 성도들이 이해하기에 결코 어렵지 않게, 또 지루하지 않게 쓰여진 교리서라고도 볼 수 있을만한 책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교리에 관한 책, 특별힌 조직신학에서 신론이라 말하고 있는 영역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성도들에게는 매우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도에 대해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p.31-32)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우리르 씨름하는 자리로 부르시며, 그 씨름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아는 지식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씨름은 바로 기도요,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특히 기도를 하나님과의 논쟁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고통 중에 하나님의 뜻을 물을 때의 모습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서 저자가 하나님을 실존적으로 교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머리 속에서 정리된 이론적인 하나님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내용을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오른손의 능력과 왼손의 능력으로 구분해서 설명해 주었던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설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른손의 능력은 강력한 권능으로 이적과 기사를 일으키는 능력인데 반해, 왼손의 능력은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p.41-42). 하나님께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연약함 가운데 숨어 계신 것처럼 보일 때에도 사실은 왼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만지고 계신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전능하신 능력은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신약신학자인 조지 앨든 래드의 입을 빌어 요한복음의 주제가 영생이요 풍성한 삶이며, 그 영생은 미래적일 뿐만 아니라 현재적인 것임을 소개(p.82)해 주고 있는 것이나, 삼위일체에 대해 어떻게 보면 유일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는 도표를 통한 설명(p.151)와 같은 것은 상당히 유용한 신학적 자료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이있고 복잡한 조직신학서가 아니라서 일반 성도들이 읽기에도 별로 부담이 없을 만한 책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만한 다양한 주제가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거친 하나님이라는 제목은 차라리 무시하고, 하나님의 15가지 속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라는 주제를 의식하면서, 각 장을 별개의 구분된 내용으로 생각하고 읽어야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