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천로역정
존 번연 지음, 유영희 옮김, 김천정 그림 / 성서원Kids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어른용으로 번역된 천로역정을 두 권이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두 권 다 손이 잘 안가더군요. 좋은 책이니까 구입해 두고 천천히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했을 뿐, 막상 읽으려 하면 부담이 되더라구요. 아마도 오래 전 천로역정을 처음 읽었을 때에 그 방대한 내용에 질려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성경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마을들과 사건들, 그 각각에 대한 세사한 묘사는 ‘이 책은 한 번 읽는 것 가지고는 도저히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존 번연과 같은 청교도들이 쓴 책들은 웬만큼 익숙해지기 전에는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읽다 보면 큰 은혜를 경험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해서 친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들지요. 그래서 천로역정과 같이 당시의 대중들을 위해 쉽게 쓰여 진 책도 오늘날에는 생각처럼 쉽게 읽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건 성경이 번역된 다음에 반드시 그 뒤를 이어 번역되어온 책이라는 이 천로역정이, 사실은 성경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잘 안 읽혀지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쉽게 번역된 책을 먼저 읽음으로써 그 대략적인 내용을 먼저 파악한 다음에 원전 그대로 번역된 어려운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지혜로운 독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야말로 존 번연이 천로역정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기대했던 그 의도에 가장 근접하게 번역된 책이 아니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하려고 했던 책이 바로 천로역정이라면, 원전 그대로 번역된 책을 사 두고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읽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 쉽게 번역해 놓은 책을 읽음으로써 저자가 의도했던 유익을 조금이라도 얻게 되는 것이 훨씬 더 낫겠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경우라면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 어린이들에게 성경을 읽히기 위해 쉽게 번역된 성경을 사주는 것이 유행이 된 듯한데, 천로역정 역시 어린들을 위해 쉽게 번역된 책을 사주고 읽게 하면 정말 좋겠다는 것을 이 책을 받아 보고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에 나오는 신앙 베스트셀러들도 어린이용으로 다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 고전 중의 고전인 천로역정 역시 당연히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니가 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다른 번역본과는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던 많은 인물들과 마을들과 사건들이 너무나 쉽게 이해되고 기억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보다 신앙이 많이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이 책을 엮은 분이 아동문학가시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로 만들어 주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싶습니다. 

글과 함께 구성되어져 있는 그림 역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 책이야 양장본에 올 컬러로 해서 비싸게 펴내는 것이 유행이지만, 초등학생들 책까지 그렇게 내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초등학생들이 볼 책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번역, 그리고 튼튼한 제본 정도면 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부담 없이 구입해서 쉽게, 그리고 여러 차례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고루 갖춘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원전 그대로 번역된 천로역정이 부담스러운 어른들에게도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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