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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다 성경 : 생활풍습 이야기 상(上) - 성경의 비밀을 푸는 생활풍습 이야기 ㅣ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최명덕 감수 / 두란노 / 2010년 1월
평점 :
예전에 어떤 목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고 너무 바빠서 준비를 제대로 못한채 설교를 하시는데, 성경에 기록된 '조각목'을 조각난 나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얼마 뒤에 그 '조각목'이 사실은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고 성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를 한다고 해서 설교를 하지만, 때때로 그와 비슷한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문화나 그 지역의 환경에 대해 모르고 있는 바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성경 본문의 배경을 알기 위해 여러 주석도 참고하고, 또 성경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의 문화나 환경에 대해 소개하는 여러 종류의 책들도 찾아 읽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열린다 성경 생활풍습이야기(상)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앞서 나온 네 권의 책도 구입해 놓기는 했는데, 집사람이 먼저 읽기 시작하는 바람에 나중으로 미루어 두고 있었습니다.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을 집사람이 먼저 읽기 시작하면 집사람이 다 읽기 전에는 왠만하면 건드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이 책읽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 관계로 네 권짜리 시리즈를 구입한 뒤로 몇 개월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이 새롭게 나옴에 따라 이 책 만큼은 내가 먼저 읽자 하는 마음에 집사람이 손대기 전에 먼저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가장 먼저 들어온 느낌은, 여백이 좀 많은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독성은 뛰어난데, 여백이 좀 많다 보니 왠지 가격에 거품이 많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그러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시원시원한 삽화였습니다. 지금까지 접해 본 이스라엘의 풍습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일반적으로 흑백사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두컴컴한 흑백사진을 올려 놓은 경우 도대체 무슨 시잔인지 알아보기 힘들어 이런 사진을 왜 실어 놓았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또 그런 단점을 보완한다고 매끌 매끌한 종이에 컬러사진을 몰아서 실어 놓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매 장의 내용과 사진을 올려 놓은 페이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각각의 내용 바로 옆에 그 내용을 설명하는 그림들을 시원시원하게 그려서 올려 놓으니,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 중에 1/3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설교를 준비하다 보면 주석을 통해서 이래 저래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많았고, 또 원어로 볼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까지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유대인들이 속옷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또 채색옷이라 번역된 옷은 어떤 옷인지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채색옷이 사실은 속옷의 일종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지금까지 얼마나 잘못된 지식 가운데 있었는가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요셉에 대한 본문을 설교할 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옷에 달려 있는 청색 술의 의미와 용도, 그리고 혈루증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가를 만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예수님이 그 여인을 향해 딸아 라고 부르셨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본문을 설교할 때에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예루살렘과 베들레헴과 여리고, 그리고 나사렛에 이르는 각각의 거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커다란 소득이었습니다. 지도를 살펴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해도 막상 계산해 보려고 하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여태까지 내버려 두었던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손쉽게 그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일마다 누가복음을 연속으로 설교하고 있는데, 지난 주에 18장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19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18장과 19장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바로 여리고 입니다. 그리고 여리고는 예루살렘에서 하룻길 정도가 되지요. 또 나사렛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삼사일 길이 됩니다. 이런 정보를 얻고자 하면 지도를 보면서 복잡하게 계산해 보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주석을 살펴 보다가 운좋게 발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앞두고 이렇게 적절한 시점에 이러한 정보를 얻게 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이 외에도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을 하나 하나 나열해 놓는 것은 스포일러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정보들은 제가 앞으로 설교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구입해 놓은 다른 책들도 어서 읽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이 책을 통해 일반 성도들이 이미 알게 된 내용을, 목회자들이 전혀 모르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설교를 준비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겠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교해야만 하는 목회자들에게 있어 반드시 읽어 두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교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이러한 책들을 공부하는 것은 결코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목회자들부터 읽어 보고 성도들에게도 권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