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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의 집 - 어떤 바보 같은 사랑 이야기
황인호 글.그림 / 살림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황인호님의 카툰을 처음 보았던 것은 복음학교(순회선교단)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 때에 보았던 카툰이 바로 황인호님의 '주홍글씨'라는 카툰이었습니다.
악한 사람이라는 명패를 목에 줄로 걸어 가슴 앞에 늘어 뜨리고 있는 사람에게 돌이 날라오고 있는 데, 예수님이 그에게 다가가셔서 자신의 피로, 악이라는 글짜에 한 획을 더 그어 약이라는 글자로 바꾸어 주시고, 꼭 안아 주시는 그림이었습니다. 악한 사람이 약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더랬습니다. 그 악한 사람이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그에게 해 주신 일이 바로 제게 해 주신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복음학교에서 만난 예수님이 바로 그 그림 속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은 '은혜'라는 카툰 속에도 계셨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가까이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가까이 하시는 분이심을 그 카툰을 통해 더욱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죄인들과 어울리셨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을 보니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가 더욱 더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의'라는 카툰 속에서는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저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 속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이 바리새인을 돌로 쳐라."
필립 얀시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는 책을 통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뒤로 저는 제 자신이 더 이상은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적어도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 망가질 수밖에 없었던 불쌍한 죄인들을 향해서 더이상 손가락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손가락질이 바리새인들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학교를 통해서,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 카툰을 통해서 제가 여전히 자기 의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때 보았던 카툰을 책으로 만나게 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보고 감동 받았던 카툰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점도 감사했지만, 예전에 못 보았던 새로운 카툰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매 장마다 같은 주제의 카툰들을 함께 모아 두었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겨 갈수록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왠만한 설교집보다 더 깊은 은혜와 감동, 도전을 주는 카툰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경의 진리, 복음의 진수를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탁월한 적용이 돋보입니다.
특히 김선일 씨 사건에 대한 '패닉'과 '당신은 듣고 있습니까?'라는 카툰은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관점에서 그 사건을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놀라운 통찰력에 황인호님이 혹시 목회자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저에게는 제7장 '내 안의 바리새인'과 제13장 '섭리와 인도'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또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때 감명 깊게 들었던 설교도, 신앙서적의 내용도 기억에서 희미해지거나 결국 잊히지만, 오래전에 나와 비슷한 일을 하셨던 선배작가들의 몇 몇 카툰들은 아직도 머리에 각인되어 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카툰들도 누군가에게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길 바라며,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메시지를 전하는 귀한 통로로 쓰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는 이 책이 반드시 저자의 바램대로 사용되리라고 믿습니다. 담임목사님의 은혜없는 설교에 지쳐 있는 성도들에게 이 책은 주일설교 이상의 은혜와 감동, 도전을 가져다 주리라 믿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충분한 소장가치를 지닌 카툰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