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당신을 괴롭힐 때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대장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인해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죄 문제(사실은 죄책감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로 인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마음으로는 제 삶 속에 한 점 티끌같은 죄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의 삶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 고통스러운 죄책감을 벗어버리기 위해 죄 문제를 해결하고 경건하고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가르침들을 오랫동안 찾아 헤맸습니다.


신앙생활 초기에는 어거스틴의 참회록A.T.피어슨 박사의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라는 책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된 후에는 존 오웬의 '죄 죽이기'라는 책을 읽으며 죄 문제 해결에 더 큰 열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그저 죄 문제 해결에 대한 갈망만 더 심화시켰을 뿐,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우울증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나머지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리 친절하지 않은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 내 생각을 괴롭힐 때라는 것인지 정확하게 말해 주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 제목에서 말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 더러운 생각, 죄된 생각을 의미한다는 것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나를 괴롭힐 때 이 얇디얇은 책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나 싶은 마음이 가장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과거에 읽었던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참으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해결책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의 한계부터 정확하게 언급하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원치 않는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걷어 내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자신의 감정을 방 청소하듯 정리정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56.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 때문에 근심하는 것, 다른 생각에 집중해서 원치 않는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고 그릇된 희망을 품는 것은 우리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려 혼란스럽게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일부수정)." 50.


그리고 이것은 제가 실제로 경험해왔던 것이기도 했기에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첫째, 악한 생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회의와 두려움이라는 악령에 굴복하기 시작하면 이 싸움은 이미 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51.


그런데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믿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 드리는 것과, 교우들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 하나님 앞에서 고요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회개하고 죄에 대해 애통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실천해 볼만한 일들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우리의 죄 문제를 하나님께 가져간 후에는 우리가 더 이상 그 죄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하나님(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섬기는 일에 대해 강조하면서, 그러한 섬김이 있어야만 죄의 유혹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창조의 새벽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불어넣으셨던 생명의 영은 그분을 가까이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만 우리 안에 머무릅니다. 하나님과 나, 나와 이웃의 관계에 대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명령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는 명령에 순종할 때에만 우리는 이 생명의 영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89-90


우리를 정결케 하는 십자가의 은혜를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위대합니다. 그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사소한 문제를 뛰어넘어, 개인의 구원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불행 너머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그분의 창조하신 놀라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102


이처럼 저자는 죄된 생각과 싸워 이긴 후에 다시금 죄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십자가를 바라보아야 할 뿐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이 경험한 십자가에서 나타난 사랑과 구원을 이웃 사랑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제가 앞서 언급했던 책들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십자가의 복음이라는 표현에 말 그대로 질려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인데, 어떤 이들이 십자가의 복음을 말하면서 개인구원만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에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십자가의 복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게 될 지경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강조한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십자가의 복음에 대한 강조를 거부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에서 나타난 사랑과 은혜를 경험한 자라야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을 통해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낙담에 빠져 있었던 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아마도 이 책을 몇 번은 더 읽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어쩌면 우울증으로 주저앉아 있던 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섭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한 책입니다. 몇 번이고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다른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