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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백광 - 렌조 미키히코 (양윤옥 옮김)
이런 작가가 있는데 어떻게 미스터리를 쓸 수 있겠는가.
- 다나카 요시키(은하 영웅 전설 작가)
다나카 요시키가 한 말이 기대감을 높이는 이 소설은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소설인데 이번에 모모에서 재출간되었다. 처음엔 표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읽은 후에 보니 소설의 일부분이 연상되는 표지였다. 굵직 굵직한 상을 많이 받은 작가인데다 반전이 묘미인 책이라고 하니 엄청 기대됐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한다. 과연 누가, 왜 죽였을까, 이 집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돌아가며 나오고 저마다 동기가 있어 보이는데 뭔가 불안하고 갑갑한 이 집안에는 어떤 숨은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다. 추리 범죄 소설이라 가뜩이나 내용을 오픈할 수 없는데, 반전이 묘미인 책이니 더 리뷰하기 어렵다.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책은,
옜다, 범인! (에이, 벌써?)
그럴 리가 있나! 옜다 진짜 범인! (진.. 짜?)
무슨 소리!! 여기 있잖아, 진짜 범인! (허얼.. 맙소사...)
아직 안 끝났지~ 옜다!! 범인! (거.. 거짓말! 사실은 이 사람 아니지?)
맞는데? (맞다고? 뭔가 찜찜..)
사실 아니지롱~ (허얼!!!!!)
뭐 이런 느낌으로 진행된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인물들이 돌아가며 화자가 되고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정말 엉망진창인 가족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데 각 인물들의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하다.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화자가 바뀔 때마다 마치 서로를 다 안다는 듯한 인물들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누구보다 가깝지만 사실은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인물들의 헛된 관계. 그렇게 이 사람이 범인인가 하는 순간 반전, 또 반전이 거듭된다. 비단 반전뿐 아니라 이런 인물들의 촘촘한 관계나 감정선이 내 취향이었다. 요즘 책 빨리 안 읽어지는데 이건 책 도착하자마자 그날 다 읽어버렸다. 이런 책은 어떻게 쓰는 거지? 후아.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거기다 양윤옥님 번역 무한 신뢰!!!! 넘나 매끄러운 것.
거듭되는 반전이 묘미인 책인 만큼 결말의 반전에 놀라지 않았다면 전액 환불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이벤트 어디서 봤다 했더니 얼마 전 <소문> 책으로 동일한 이벤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났다! 같은 출판사인 만큼 이번에도 환불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그냥 읽어보는 게 좋겠다~
* 도서지원
일흔이 되고 처음 한동안은 죽음이 주춤주춤 다가와 해가 갈수록 성가신 물건처럼 자꾸 들러붙는다 했더니만 최근 일이 년 사이에는 또 다른 나 자신이나 친한 친구처럼 내 몸속에 들어앉아 아예 일상이 되어버렸다. - P8
내 나이가 되면 타인은, 아니, 나 자신도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보이는 법이야. - P79
인생은 간단한 것이고 운명은 용기를 내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미는 자에게 언제나 선량하다. - P175
내가 그 집에서 저지른 행동을 빼고는 이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잠시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딱 한 사람 나만은 잔인한 살인범으로 변해버렸는데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게 기가 막히기도 하고... 집 안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게, 아무런 변화도 없는 이 세상에 내가 침입자로 끼어든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P180
사건이 터진 그 목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최고기온이 갱신될 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여름 햇빛은 자신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져 집과 정원에 하얀 단내를 쏟아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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