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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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PIN 에세이 003)

김멜라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제목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댓글이 많았다. 나 역시 읽어보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마치 그럴 걸 알기라도 한 듯, 그 뜻은 마지막에 가서야 나왔다. 제목 이전에 저자는 '김맬라'라는 필명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뜻에 대해서는 속 시원하게 답변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알게 된다.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리뷰에 안 써야지. ^^

아무리 말하기의 기술을 익혀도 어떤 마음의 이유는 말하고 설명하는 게 버겁고 막막하다.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면 마음의 좁고 깊은 부분을 펼쳐야 해서 힘든 고백처럼 느껴진다. │p.45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가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 것처럼 이 책에는 그 좋아하는 마음들이 가득하다. 빗소리, 조카, 수박, 고양이, 또 무엇보다 그의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 '온점'에 대한 이야기들.(여기서 '온점'이란, 소설 쓰는 사람의 문장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존재라는 뜻이란다)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작가가 아니라도 글로 써보고자 한 사람이라면 안다. 좋은 책, 좋아하는 작가님 책을 리뷰하는 것도 너무 어려워서 쩔쩔매니까. 저자는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말하는 게 버겁다고 했지만 나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에게 그 모든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마음으로 전해져오는 느낌. 그리고 이 책이 많이 읽혀서 '김멜라'는 무슨 의미예요? 하는 질문이 줄었으면 좋겠다. 이 작가님이 어떤 소설을 쓰시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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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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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마땅한 사람들 (원제 : The Kind Worth Saving 2023) 피터 스완슨일단 그런 짓을 하고도 빠져나가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 인생의 다른 모든 것들이 조금 색이 바래게 된다. 이제 그녀는 나를,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에디 로건을 찾아냈으니, 인생이 다시 흥미진진해진 것이었다. 그녀가 쫓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서 얻는 스릴이었다. p.442​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참 재밌게 읽어서 이후 피터 스완슨의 국내 출간작은 다 읽어봤더랬다. 근데 그 후속작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진짜 반갑고 설렜다. 어떤 이유로든 살인이라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되지만 죽어도 싼 사람을 죽인 '릴리'를 비난할 수 없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적어도 한번은 죽어마땅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보지 않는가? 뉴스만 봐도 말이다. '악'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는 묘한 혼돈과 즐거움, 주인공에 대한 은근한 응원을 하며 읽게 되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후속작임을 알 수 있다. 표지 이미지와 타이포까지 느낌을 통일시켜서 딱 봐도 시리즈! 이런 디테일 아주 훌륭해~!​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가, 경찰이었다가 현재는 사설탐정으로 일하고 있는 킴볼. 옛 제자 중 한 명인 조앤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니 확실한 물증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남편과 내연녀가 죽어버리면서 킴볼은 피곤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한편으로는 사건을 의뢰한 조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킴볼은 전작의 주인공인 '릴리'를 찾아가 연쇄살인범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 전작에서 릴리 캐릭터를 좋아했기에 언제 나오나 기다렸는데 중반에나 가야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릴리를 너무 기다려서 그런지 중반까지 속도가 더뎠으나 릴리 나오고부터는 페이지 휙휙! 촤라라라락! 이번에도 릴리의 활약은 계속됐다. 격렬하진 않았지만 조용하고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일어났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구부러진 철사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썰고 자르는 것보다도 좀 충격이다) 이번에도 또 조용히 응원하게 되는 이 묘한 책.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라는 릴리의 말에 "맞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라고 응수하는 킴볼의 대화를 보며 웃음이 터졌다. 전작을 안 읽어본 사람은 재밌으니 전작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전작을 읽고 이번 작품을 읽으면 훨씬 더 이야기가 자연스러울 것 같다. 안 읽어도 읽을 수는 있지만 둘의 과거가 계속해서 언급되기 때문에 읽어보면 더 좋을듯하다. 그 재밌는 전작을 안 읽고 후속작에서 스포 당하느니 읽기를 더 추천한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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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는 정확히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나는 자신의 편에 서는 사람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이었다. - P426

나는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인생에는 전혀 후회가 없었다. 내게는 언제나 그래야 할 이유가, 그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 이런 생각이 그저 내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하려는 거짓말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 P466

일단 그런 짓을 하고도 빠져나가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 인생의 다른 모든 것들이 조금 색이 바래게 된다. 이제 그녀는 나를,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에디 로건을 찾아냈으니, 인생이 다시 흥미진진해진 것이었다. 그녀가 쫓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서 얻는 스릴이었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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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고통 -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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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고통 거리의 사진작가 한대수의 필름 사진집

한대수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었던 한대수. 사진작가로 활동한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2007년까지, 벌써 사진집을 여러 권 내며 활동했단다. 알고 보니 그때 그 시절, 음악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고서 생계를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포크-락 음악의 대부이자 광고 사진작가, 또 언론사 사진기자이기도 한 것이다. 벌써 일흔다섯, 아니 애초에 난 왜 작가님을 알고 있는 거지? 그냥 어릴 때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두고 넘어가자. 이 책은 신간 목록 훑다가 제목이 너무 좋아서 관심이 갔던 책이었는데 마침 보내주셔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진 보는 걸 좋아해서 종종 사진전도 보러 가는데 특히 흑백의 필름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한다. 흑백 사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도 좋지만 어떤 시대를 적나라하게 포착해서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말 흥미롭다. 구체적인 사진은 구체적이어서, 추상적인 사진은 추상적이라서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는 지점 또한 재미있다.

고통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전부 다 고통이지.

이번 사진집은 1960년대 말 뉴욕과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 또 뉴욕, 모스코바, 파리, 탕헤르, 바르셀로나, 스위스, 쾰른, 태국, 몽골, 베이징, 상하이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수록했다. 난 60년대의 서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동시대에 활동하던 다른 뮤지션들의 추억의 사진도 흥미로웠다. 거리의 노숙인들, 노인들을 포착한 그의 시선은 호기심이나 연민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또한 삶이자 고통이자 추억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챕터 들어갈 때마다 한 꼭지씩 쓴 작가의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그 시절 음악 하던 이야기, 잊지 못할 사랑과 가족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길지 않게 쓰여있어 작가의 인생을 부분적이나마 알 수 좋았다. 특히 그의 첫 아내 김명신과의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다. 생각한 것보다 금세 읽어버려서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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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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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그림책)

조오

오랜만의 그림책.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지 않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서걱거리는 종이의 질감과 작가의 그림 스타일은 더없이 어울렸다. 평면의 종이 위에 표현된 극명한 빛과 그림자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림책만큼 사용된 종이의 질감이 중요한 책이 있을까 싶다.

집 안에서 키우던 나무가 작은 창문을 넘어 가지를 뻗자 까마귀는 창밖 안 켠에 나무를 다시 심는다. 까마귀는 이 작은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에서 낮잠을 잔다. 다른 새 친구들도 이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기 시작하고 마치 보답이라도 하듯 아주 자그마한 화분을 가져다 두기도 한다. (처음 볼 땐 이 부분을 몰랐는데 다시 보니 보인다) 그러다 고양이가 잎을 상하게 한 것도 모자라 많은 비 때문에 나무가 시들해지자 까마귀는 상심한다. 그런 까마귀의 모습을 보고 새 친구들은 휘청거리는 나무를 곧추세워 고정하고 작은 풀들을 가져와 주변에 심는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까마귀는 결국 힘을 내어 함께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심은 작은 풀들은 점점 풍성히 자라나고 한때는 나무를 상하게 했던 고양이도 풀들을 가져다주며 도와준다. (이 지점이 너무 귀여운 것!) 나무는 점차 회복해서 혼자 힘으로도 우뚝 설 수 있게 되었고 주변은 어느새 연두색 정원이 되었다. 까마귀과 새 친구들은 춤을 추며 기뻐한다. (새들의 댄스타임은 진짜 미치게 귀엽다) 까마귀가 다시 건강해진 나무를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은 감격이다. (내 가슴도 올랑올랑 ㅠㅠ) 나무는 건강히 자랐고 이젠 고양이도 새 친구들도 훌쩍 자란 나무 아래 그늘에서 함께 쉴 수 있게 되었다. (하, 진짜 자꾸 귀여워, 그 와중에 흰 새가 나무 열매 따고 있어.) 나무는 계속 자랐고 급기야는 뿌리가 까마귀의 집 벽을 뚫고 자라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까마귀는 집 밖으로 이사해야만 했다. 결국 집은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정원을 만들어낸 친구들이 아니던가? 다시 힘을 모아 집을 짓기 시작했다. 커다란 나무 기둥을 둘러싼 나무 위 통나무 아지트 같은 예쁜 집. 멋진 나무 그늘이 함께 한다면 어떤 집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법. 집이 완성되는 동안 계절은 바뀌고 색색의 어여쁜 꽃들도 자라났다. 나무를 둘러싸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햇볕과 그늘을 즐기는 친구들의 모습은 진짜 너무 힐링이다.

위기가 오고 가긴 했어도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우정 그리고 그에 응답하기라도 하는 듯한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져 기분이 싱그러웠던 그림책이다. 빛도 그림자마저도 따스했던 그림책. 등장하는 친구들은 자그마하지만 감정 표현만큼은 무엇보다 커서, 보는 사람까지 그대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읽는 동안 씰룩거리는 내 미간이 말해줌) 두 번 읽으면 좋고, 세 번, 네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여러분, 제발 읽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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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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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 원제 : Die Kleine Buchhandlung am Ufer der Themse)

프리다 쉬베크

책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 이야기 안 좋아하긴 좀 힘들다. 이 책은 템스강이 보이는, 백 년도 넘은 오래되고 아름다운 리버사이드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샬로테는 어느 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라 이모로부터 서점을 상속받는다. 바로 런던의 리버사이드 서점. 스웨덴에 살고 있는 샬로테는 얼마 전에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겪은 데다 대인관계가 쉽지 않은 상태이고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화장품 사업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뜬금없이 상속받게 된 이 귀찮은 서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처분) 런던으로 왔다.

막상 서점을 보자마자 그 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이 서점의 직원이자 사라 이모의 친구들인 마르티니크와 샘으로 인해 체류 기간이 하루하루 늘어난다. 하지만 이 서점은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상태이고 부채까지 있어 사실상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태였다. 다정한 마르티니크와 사사건건 서점 문제로 부딪히는 샘, 말도 안 되는 월세를 내며 세 들어 살고 있는 흥행작 없는 작가 윌리엄, 곁에서 온기를 주는 서점의 마스코트 고양이 테니슨까지 샬로테는 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면서 점점 처분하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진다.

서점의 2층, 사라 이모의 방에서 지내는 샬로테는 평생 인연 없이 살아온 이모가 자신의 근황을 계속 스크랩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된다. 대체 이모 사라와 자신의 엄마 크리스티나 자매가 어째서 인연을 끊고 살게 되었는지, 또 사라 이모는 왜 자신에게 이 서점을 남긴건지 궁금해진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이 자매의 스토리도 함께 펼쳐진다. 이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고 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궁금해하며 읽게 된다.

서점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항상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거다. 현실이나 책 속 이야기나 어째서 늘 그 모양인지 좀 슬프다. 그만큼 대형 온라인 서점이 아닌 일반 서점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탄탄히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일 거다. 책만 판매되길 기다리고 있어서는 운영을 지속하기 힘들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서 계속 참여와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책 속 리버사이드 서점도 작가를 초대해 낭독회를 하는 등 재기할 발판을 모색하는 건 현실과 똑같다. 이때 읽다가 빵 터져버리는 사건이 있기도 한데 갑자기 비현실로 훌쩍 뛰어넘는듯한 설정이어서 웃음이 터졌다. 이 오래된 서점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동안 문학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알아가는 샬로테, 이 이야기에서 그녀가 가장 치유받은 것 같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춘기 딸과의 사이가 소원해지고 여동생과의 사이 때문에 고민이 많은 마르티니크와 문학을 사랑하고 서점을 사랑해서 계속 일하고 싶지만 샬로테가 못마땅한 샘 그리고 이도 저도 못하고 방랑하고 있는 뜨지 못한 작가 윌리엄까지 저마다의 자그마한 치유도 귀여운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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