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일기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집을 짓다
박성희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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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 제안을 받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언젠가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 보여 준 영상이 기억났다. 내가 '집'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랬을 거다. 영상은 <EBS 건축 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짓고 사는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나왔던 영상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했던 이유는 하얀 들꽃이 가득한 언덕의 집이 예쁘기도 했고 내부도 간소한 아름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의 제본작업실은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70대인 노부부는 은퇴 후 평생의 소원이었던 집을 짓고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즐기며 살고 있다. 계절에 맞는 씨앗을 심어 정성을 들여 가꾸고 직접 기른 것들로 간소한 음식을 해먹는다. 저자가 쓴 집의 일기를 읽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도심에서 하루하루 발발거리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먼 삶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그럴 수 없어도 언젠가는, 나도 내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내려둘 것을 내려둘 줄 알고 필요한 것만 가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려면 벌써부터 느긋하면 안되는 거지,라는 생각도 해봤다. 저자도 처음부터 느긋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일하지 않으면 불안한 생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을 보면서 책을 읽을 때 이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 말고는 70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디 하나 굽은 데도 없어 보였고 너무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표정도 그랬다. 밝고 편안한 인상이 만들어 준 주름이 딱 보기 좋게 아름다웠다. 부부가 열심히 몸을 움직여 텃밭을 돌보는 모습, 건강하게 챙겨 먹는 한 끼, 소음 생각 없이 언제든 작업할 수 있는 제본작업실까지 멋졌다. 내가 보기에도 젊었던 한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부러워할 만한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 그리고 이 책의 만듦새는 저자의 책과 꼭 닮았다.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이 제 자리에 있는, 딱 그런 책. 어쩐지 보기만 해도 조금은 비워지는 듯한 느낌.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평생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 기억하지도 못할 숱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이제 이 나이가 되어 마음과 느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 P115

기억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정리가 필요하다. 잊어도 될 것까지 데리고 가느라 쩔쩔맬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 모든 걸 간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저장할 공간도 여유도 없다. 잊히는 것들에 대해 애틋해하지 않기로 한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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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2023-03-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침서가님_
궁금..책을 고르실때..어떤 기준에서 책을 고르시나요?이제 친해져서 물어보고 싶은게 많아지네요~
저두 요책 집에서 읽고 있어요~
지금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읽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