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언니에게, 구의 증명,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까지 정말 강렬하다. 이번 책은 재 출간되면서부터 너무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굉장히 몰입돼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간나' 이기도 '언나'이기도, 또는 '이년아'이기도 한 이름의 어린 소녀는 진짜 아빠를 가짜아빠로 만든 채 '진짜엄마'를 찾아 나선다. 황금다방의 장미 언니, 콧등치기 국수 할머니,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의 대장과 삼촌, 유미와 나리까지 소녀가 진짜엄마를 찾는 여정에서 만난 인연들도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었다. 소녀는 그들에게서 이전엔 알지 못했던 사랑과 유대를 느꼈지만 결국엔 진짜를 더 갈망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어린 소녀에서 점차 성장하면서, 그러니까 후반으로 갈 수록 글을 읽는 것이 더 없이 막막하고 외로워졌다. 더이상 아이는 아닌 채,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이 세상의 바닥으로 함께 나가떨어지는 기분이 되었다. 소녀가 누군가를 만나고 경험할수록 '진짜엄마'가 재설정되는 것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독하게 슬픈 성장이었다.
콧등치기 국수 할머니와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고, 각설이패와 동행하는 이야기까지 읽었을 때는 천명관의 고래를 읽었을 때처럼 엄청난 흡입력이라고 생각했다. 결말까지 너무 강렬했다. 이정도는 돼야 수상작이 되는구나.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는 한국 작가님이다.
내가 너무 좋았던 것에 대해서는 쓰기가 너무 힘든데, 이 병은 어떻게 고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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