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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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PIN 에세이 001


그러고 보면 도시엔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p.112


현대문학에서 시와 소설에 이어 에세이 핀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은 김희선 작가의 <밤의 약국>이다. 작가의 책을 난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는데 읽는 동안 작가의 소설이 궁금해졌다.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는데도 작가의 색깔이 잔뜩 묻어나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약대에 다니던 이야기, 또 약사로 일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데 어떤 글은 엉뚱하고, 어떤 글은 귀여운 판타지 동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동물에 대한 온정 어린 시선이 책 전체에 느껴진다.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분 같다. 실제로 백과사전과 각종 도감을 무척 좋아하시는 듯하고.) 인간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약국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어쩌면 별것 아닌 채로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한 편, 한 편이 모여 책이 되었다.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엔 분명 다정함과 염려가 있었기 때문일 거다. 약국을 다녀간 할머니들이나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의 이야기가 특히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뇌싱, 뇌신, 뇌-신」, 춤 추길 좋아하던 박스맨 이야기 「어떤 사람」이 가슴에 남는다. 또 하나 재밌게 느꼈던 것은 어쩌면 이 책은 작가가 언젠가 쓰리라고 마음먹은, 그러니까 언젠가는 쓰게 될 무수한 이야기들의 소재일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작가의 이야기 수첩을 들여다본 기분.


내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약국>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이미지가 훨씬 더 따스하다. 캄캄한 군청색 밤중에도 작가의 다정함만큼이나 밝게 빛나는 그런 밤의 약국.



* 도서지원

*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예전에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이란 책에서 이런 말을 보았다. "소설이란 자신의 과거에 보내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라고. 나는 거기에 두어 마디를 덧붙이고 몇 마디를 뺀 다음, 이렇게 중얼거려 본다. 세상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불가능한 작별 인사"가 있다고. 만약 진정한 작별 인사가 가능하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삼천 배쯤은 가벼워질 거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루지 못한 인사들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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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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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던 스콧 Ι Jordan Scott

그림 - 시드니 스미스 Ι Sydney Smith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했어요.

바바가 오두막을 떠나 우리와 함께 살게 되기 전까지.

좋은 그림책이 너무나 많다.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싶다. 이번에 출간된 <할머니의 뜰에서>라는 그림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제목 때문인지 타샤 튜더 가 생각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씩 넘기던 나는 또 훌쩍훌쩍해버렸다. 눈시울이 시큰한 게 아니라 훌쩍훌쩍.

책의 앞 부분에 이 이야기를 쓴 조던 스콧의 글이 있다. 그의 바바(할머니)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이후 캐나다로 이민한 바바는 고속 도로 옆 유황 광산 근처에 오두막을 고쳐 살았다. 작가가 어렸을 때 그 오두막에서 바바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식을 떨어뜨리면 꼭 주워서 입을 맞춘 뒤 다시 먹여주던 바바의 이야기와 비 오는 날 함께 지렁이를 주워 텃밭에 풀어주던 기억을 그림과 함께 되살려냈다. 바바가 아이의 손바닥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처음엔 그림이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묘하게 집중되는 느낌이 놀라웠다. 바바의 부엌 장면도 그랬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세밀하지 않은데 분위기가 세밀하다고 하면 내 기분이 전달될까. 후반으로 가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어릴 때 바바는 떨어진 음식도 소중히 했다. 끔찍한 세계 대전을 겪은 바바는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후 개발로 인해 바바의 텃밭은 없어지고, 노쇠한 바바는 이제 오두막 집이 아닌 아이의 집에서 지낸다. 바바에게 돌봄 받았듯 아이도 바바를 돌본다. 아이가 바바의 침실에 음식을 가져다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너무 훌쩍훌쩍해버렸다. 아무런 글 없이 분할된 그림만으로 보여주는 그 감정의 섬세함에 놀라버렸다. 이런 그림에 압도될 때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무력감. 입시 소묘만 한 나는 이렇게 감정적인 그림을 만날 때마다 놀랍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그 입시 소묘에서도 연필 선 하나하나가 남다른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그 장면은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이것은 앞에서부터 찬찬히 감정을 쌓아가며 도달해야만 하므로.

이 책의 겉표지를 벗겼을 때 앞부분과 뒷부분이 액자로 되어있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가. 바바와 아이의 사진 액자. 간직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훌쩍훌쩍하면서 아, 왜 지금 내 옆에 이걸 보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까.. 원망스러웠다. 진짜 이 현실 너무하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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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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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한 엄마가 아이에게 무자비한 폭력은 가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하는 궁금증을 유발해 이야기로 확 끌어들인다. 이어서 세 가정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계속 반복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이시바시 유'라는 동명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보다도 작가가 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훨씬 더 무자비하다고 생각됐던 이야기다. 맨 처음 폭력의 장면은 과연 어느 가정에서 일어난 일일까 궁금해하며 읽는다.


아스미와 유

꽤 유복한 가정이며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는 것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아이는 어른스럽고 똑똑해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유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며 그동안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진다.


루미코와 유

장난기가 유독 심하고 통제가 안 되는 두 아들을 키우며 집안일을 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사진작가로 일을 하던 남편이 실직하면서 단절되었던 프리랜서 작가 생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남편의 실직과 끝을 모르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매일매일이 아슬아슬하다.


가나와 유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한 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빠듯하지만 파트타임 일을 몇 개나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비록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겪었고 남동생마저 돈 문제로 속을 썩이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어느 날 아동학대로 의심받고 조사를 받게 된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인다. 처음부터 뭐 극악한 범죄자의 자질을 가졌다거나 사이코패스라거나 그런 가정이 아니다. 하지만 있는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끝은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 개인적으로는 아스미네 아들 '유'는 진짜 너무 이상했다. 아니 9살짜리 애가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엄마를 그렇게 잡을 수 있는 건가. 몰입이 좀 확 깨졌었다. 결말은 생각지 못했던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작가가 가나네에 모든 걸 덮어씌우지 않은 이유는 너무 전형적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가정폭력이라는 아픈 상처가 있는 엄마가 너무도 사랑하는 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가정폭력을 대물림했다? 그런 결말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의 원인을 너무 간단하게 만들어버릴 소지가 있으니까. 물론 그렇게 해버리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말이다. 위에도 썼지만 다소 표현방식이 무자비해서 읽기 불편한 부분이 좀 있었지만 아마 현실에선 이런 일들이 많을 거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그중에서도 언론에서 다룰만한 몇몇 경우에 속하는 것이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많은 가정학대 사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미친 인간들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얘기해버리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지만 일상에서 폭력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느꼈다. 사회적인 이유든 개인적인 이유든, 학대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함이라기보다 그 상황을 아는 것이 어쩌면 무척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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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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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믿고 보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됐다. 골드 대거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나는 작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로 입문해서 국내 번역된 작품은 전부 읽어봤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더 안 나오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다니! 너무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The other wife>는 왜 국내 번역이 안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조 올로클린'도 심리학자였는데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심리학자를 내세운다는 것이 말이다. '조 올로클린'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데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짠함을 불러일으켰다면 '사이러스 헤이븐'은 과거 정신 질환이 있는 형으로 인해 온 가족이 살해되는 아주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비 코맥'이라는 소녀가 있다. 이 소녀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 끔찍한 과거가 있다. 소녀는 6년 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현장의 밀실에서 발견되었는데 오랫동안 학대받아온 소녀는 부패해가는 시체와 한 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발견되었다는 거다. 이후 '이비 코맥'이라는 이름으로 아무에게도 사건의 진상이나 자신의 진짜 이름과 나이 등을 알리지 않은 채로 소년원에서 지내고 있는 고슴도치 같은 소녀다. 소년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견인이 필요한 상태다. 소녀에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능력이 있는데 상대의 얼굴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사이러스는 이 비밀스러운 소녀에게 이끌려 후견인을 자처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되고 유사 가족물의 형태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한편 사이러스의 집 근처 오솔길에서는 '조디'라는 소녀가 살해당한 채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로 꽤나 이름과 얼굴을 알린 소녀다.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과거 연을 맺었던 경찰에 협조하며 조금씩 사건의 비밀에 다가간다. 이 소녀의 죽음에 관한 비밀에 다가가는 동안 티격태격,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사이러스와 이비의 관계, 아슬아슬 불안한 이비의 상태, 알쏭달쏭 밝혀질 듯 말 듯 한 조디 사건의 전말까지 첫 시리즈인 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에서 사이러스 헤이븐뿐 아니라 이비 코맥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듯하다. 결국 이비 코맥의 과거에 대한 비밀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고 아마 앞으로 출간될 후속편에서 조금씩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전 시리즈의 '조 올로클린'이 사이러스의 대학 스승이라는 게 살짝 언급되고 있고 역자의 말에서 보면 이후 출간된 후속편에서 그들이 조우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심리학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우는 만큼 역시 심리적인 묘사는 깔끔하고도 탁월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이미 후속작이 두 편 더 나와있는데 국내엔 언제 출간될지 너무 궁금하다. 2편까지 동시 출간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보니 해결해야 하는 주요 사건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보다는 흥미를 유발하는데 그친 감이 있어 2편까지 바로 이어 볼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시리즈에 정을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아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다.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ㅠㅠ 그나저나 박찬욱 감독은 작가의 <라이프 오어 데스>를 영화화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 이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읽어봐야 될까.


/ 어차피 그게 인생 아니던가. 답답할 만큼 질질 끄는 자살. p.29


/ 악은 상태가 아니다. 일종의 '자산'이다. 인간이 충분한 '자산'을 소유했을 때, 그것들은 종종 분명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p.55


/ 마크 트웨인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니라 그렇지 않다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이다. p.153


/ 언젠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이 난다. 그 때 난 별들이 전부 떨어져버린 줄로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발 빠르게 소원을 빌어버리는 바람에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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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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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042

나는 이 책이 12권짜리 시리즈라고 해도 전부 다 읽을 것이다. 신간이며 리뷰할 책들이며 다 미루고 그것부터 읽을 것이다.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제목만 보고 그냥 넘겨버렸던 과거의 나를 한대 쥐어박고 싶다. 맨날 서점에 새로 등록된 책 훑으면서 소개 글 열심히 읽으면 뭐 하냐고. 언제쯤이면 좋은 책을 놓치지 않고 알아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중에 빠르게 <초급 한국어> 준비해두었다.

자서전은 백만장자 CEO나 유명 정치인, 특별하고 대단하고 빛나는 삶을 살았던 사람만이 쓰는 그런 글이 아닙니다. 어떤 글이든 우리가 쓰는 글들은 일종의 수정된 자서전이에요.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p.12

이 책은 현실의 문지혁처럼 소설을 쓰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지혁'의 이야기다. 책 속의 문지혁은 두어 권 책을 출간했지만 등단은 하지 못한 채로 계속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시간강사로 글쓰기를 가르친다. 동시에 문지혁은 남편이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빠가 되기도 한다. 글쓰기 수업과 문지혁의 일상이 자연스레 교차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리는 문지혁의 글쓰기 수업을 함께 듣고 생각에 잠기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어지는 문지혁의 일상은 비웃기라도 하듯이 뒤엎어버린다. 수업하는 문지혁과 일상을 살아가는 문지혁의 이야기를 읽으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고 자주 빵 터져서 웃었다. 그리고 조금 눈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왜 이렇게 모든 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대부분의 한국문학을 읽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새롭고 좋았다. 이런 표현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난 한국문학을 읽을 때마다 마음을 불끈 쥐어야만 읽을 맘을 먹을 수 있다.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것과 고민, 일상의 다정한 순간이나 감동 그리고 웃음까지 모두 있다. 그래서 좋았나보다.

어떤 내용이 허구이고 어떤 내용이 현실일까 생각하며 읽었다. 검색을 하며(이놈의 광기) 읽었다. 저자의 출간 리스트들을 검색해 보고 책에서는 제목을 살짝 바꾸었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의 계정도 살펴보다가 난 지금 책을 읽는 것이다... 스토킹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았다. 충격의 100자 평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읽는 순간에는 좀 웃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공개된 곳에 책의 후기를 남기는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신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신경 쓰는 건 저자가 받을 충격 같은 게 아니다. 그보다 내가 쓴 후기가 누군가에게 그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거를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게 참 싫다. 그래서 좋지 않은 걸 좋았다고, 재밌었다고,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되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빛나는 것들과 좋았던 것들을 잘 써야지 하고 맘먹게되었다.(하지만 적나라한 후기를 보고 대리만족하는 모순적인 인간이 또 바로 나다)

글쓰기 수업의 내용도 참 좋았다. 줄도 많이 그었다. 수업 시간에 소개하는 문학 작품들도 모두 좋아서 따로 목록을 체크해두었다. 카프카, 체호프, 커트 보니것, 셰익스피어 등 많은 작품들이 언급되는데 그중에서도 내 전자 책장에 있는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와 서점 장바구니에서 수년을 묵히고 있는 <애도 일기>를 이젠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은 당장 읽어보고 싶을 정도지만 <초급 한국어>를 먼저 읽을 거다. 특히 은채가 너무 귀여웠고 은채 덕분에 진짜 많이 웃었다. 그래서 <상급 한국어> 언제 나오나요? 하나도 애매하지 않은데. 나 완전히 문며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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