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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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던 스콧 Ι Jordan Scott

그림 - 시드니 스미스 Ι Sydney Smith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했어요.

바바가 오두막을 떠나 우리와 함께 살게 되기 전까지.

좋은 그림책이 너무나 많다. 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읽고 싶다. 이번에 출간된 <할머니의 뜰에서>라는 그림책을 받아보기 전에는 제목 때문인지 타샤 튜더 가 생각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씩 넘기던 나는 또 훌쩍훌쩍해버렸다. 눈시울이 시큰한 게 아니라 훌쩍훌쩍.

책의 앞 부분에 이 이야기를 쓴 조던 스콧의 글이 있다. 그의 바바(할머니)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이후 캐나다로 이민한 바바는 고속 도로 옆 유황 광산 근처에 오두막을 고쳐 살았다. 작가가 어렸을 때 그 오두막에서 바바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식을 떨어뜨리면 꼭 주워서 입을 맞춘 뒤 다시 먹여주던 바바의 이야기와 비 오는 날 함께 지렁이를 주워 텃밭에 풀어주던 기억을 그림과 함께 되살려냈다. 바바가 아이의 손바닥을 어루만지는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처음엔 그림이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묘하게 집중되는 느낌이 놀라웠다. 바바의 부엌 장면도 그랬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세밀하지 않은데 분위기가 세밀하다고 하면 내 기분이 전달될까. 후반으로 가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어릴 때 바바는 떨어진 음식도 소중히 했다. 끔찍한 세계 대전을 겪은 바바는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후 개발로 인해 바바의 텃밭은 없어지고, 노쇠한 바바는 이제 오두막 집이 아닌 아이의 집에서 지낸다. 바바에게 돌봄 받았듯 아이도 바바를 돌본다. 아이가 바바의 침실에 음식을 가져다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너무 훌쩍훌쩍해버렸다. 아무런 글 없이 분할된 그림만으로 보여주는 그 감정의 섬세함에 놀라버렸다. 이런 그림에 압도될 때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무력감. 입시 소묘만 한 나는 이렇게 감정적인 그림을 만날 때마다 놀랍기만 하다. (생각해 보면 그 입시 소묘에서도 연필 선 하나하나가 남다른 사람들은 꼭 있기 마련이었다.) 그 장면은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이것은 앞에서부터 찬찬히 감정을 쌓아가며 도달해야만 하므로.

이 책의 겉표지를 벗겼을 때 앞부분과 뒷부분이 액자로 되어있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가. 바바와 아이의 사진 액자. 간직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훌쩍훌쩍하면서 아, 왜 지금 내 옆에 이걸 보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까.. 원망스러웠다. 진짜 이 현실 너무하다.

* 도서지원

*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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