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 '사이러스 헤이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믿고 보는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됐다. 골드 대거상 수상으로 화려하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나는 작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산산이 부서진 남자>로 입문해서 국내 번역된 작품은 전부 읽어봤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더 안 나오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다니! 너무 궁금해서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The other wife>는 왜 국내 번역이 안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엔 '사이러스 헤이븐'이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조 올로클린'도 심리학자였는데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심리학자를 내세운다는 것이 말이다. '조 올로클린'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데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짠함을 불러일으켰다면 '사이러스 헤이븐'은 과거 정신 질환이 있는 형으로 인해 온 가족이 살해되는 아주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비 코맥'이라는 소녀가 있다. 이 소녀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 끔찍한 과거가 있다. 소녀는 6년 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현장의 밀실에서 발견되었는데 오랫동안 학대받아온 소녀는 부패해가는 시체와 한 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발견되었다는 거다. 이후 '이비 코맥'이라는 이름으로 아무에게도 사건의 진상이나 자신의 진짜 이름과 나이 등을 알리지 않은 채로 소년원에서 지내고 있는 고슴도치 같은 소녀다. 소년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견인이 필요한 상태다. 소녀에게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능력이 있는데 상대의 얼굴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거다. 사이러스는 이 비밀스러운 소녀에게 이끌려 후견인을 자처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되고 유사 가족물의 형태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한편 사이러스의 집 근처 오솔길에서는 '조디'라는 소녀가 살해당한 채 유기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피겨 스케이트 유망주로 꽤나 이름과 얼굴을 알린 소녀다.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과거 연을 맺었던 경찰에 협조하며 조금씩 사건의 비밀에 다가간다. 이 소녀의 죽음에 관한 비밀에 다가가는 동안 티격태격,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사이러스와 이비의 관계, 아슬아슬 불안한 이비의 상태, 알쏭달쏭 밝혀질 듯 말 듯 한 조디 사건의 전말까지 첫 시리즈인 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에서 사이러스 헤이븐뿐 아니라 이비 코맥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듯하다. 결국 이비 코맥의 과거에 대한 비밀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고 아마 앞으로 출간될 후속편에서 조금씩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전 시리즈의 '조 올로클린'이 사이러스의 대학 스승이라는 게 살짝 언급되고 있고 역자의 말에서 보면 이후 출간된 후속편에서 그들이 조우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심리학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우는 만큼 역시 심리적인 묘사는 깔끔하고도 탁월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이미 후속작이 두 편 더 나와있는데 국내엔 언제 출간될지 너무 궁금하다. 2편까지 동시 출간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보니 해결해야 하는 주요 사건뿐 아니라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보다는 흥미를 유발하는데 그친 감이 있어 2편까지 바로 이어 볼 수 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시리즈에 정을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아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다.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ㅠㅠ 그나저나 박찬욱 감독은 작가의 <라이프 오어 데스>를 영화화 준비 중에 있다고 하는데 이놈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읽어봐야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