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술이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한다.

   今朝有酒今朝醉(금조유주금조취)

 

당나라 시인 나은(羅隱)의 시 구절이다. 나은은 나름의 큰 뜻을 품고 고군분투 공부했으나 포부를 펼칠 기회를 끝내 얻지 못했다. 두 차례 과거에도 떨어졌다. 나은은 더 이상 공명을 추구하는 것은 허망하다고 생각하여 고향인 절강 여항으로 은거할 준비를 했다. 이름도 ’(橫)에서 ’(隱)으로 바꾸고 강호를 떠났다. 자기 몸 하나라도 깨끗하게 지키고 싶었다.

이 시 구절은 나은의 이런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심경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숨으로 털어 내며 세속을 피하려 한 그의 정서는 후대 지식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 대목에 이어 나은은 내일 근심일랑 내일이 오면 근심하자.”라고 읊조린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나은과 같은 심경으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세태가 인재를 내친다. ‘오늘 아침 술이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한다.’는 몰락한 생활과 소극적이고 퇴폐적인 정서를 나타내며, 때로는 눈앞의 향락만 추구하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자견」(自遣)

 

 

 

 

 

중국사의 오늘 :

19181222

진독수(陳獨秀), 이대소(李大釗) 등이 북경에서 매주평론每周評論을 창간하여 신문화, 신사상 전파 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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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마시는 집

   飮氷室(음빙실)

 

음빙’(飮氷)장자에 보이는 특이한 단어이다. “그런데 제가 아침에는 (사신이 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지금 저녁에는 얼음을 마실 판입니다. 제 내장이 뜨거워졌기 때문일까요?” 이 아리송한 대목에 대해 당나라 때 사람 성현영(成玄英)아침에 임금의 명을 받고 저녁에 얼음을 마신다 하니 마음이 얼마나 초조하고 두려운가를 잘 보여 준다.”라고 해석했다. 훗날 음빙은 대체로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중국 근현대의 걸출한 사상가이자 개혁가로서 유신변법을 주동했던 양계초(梁啓超)는 만년에 천진에 기거하면서 자신의 서재 이름을 장자의 이 대목을 따서 음빙실’(飮氷室)이라 했다. 변법에 실패하고 관료 생활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자기 일생에 대한 자조(自嘲)의 의미가 없진 않지만 평생 사회와 백성에 대해 걱정하면서 지식인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강조했던 그의 고결한 성품을 잘 반영하는 이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홉이나 되는 그의 자녀가 중국 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인재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양계초의 이런 노심초사’(勞心焦思)의 결과가 아닐까.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 양계초의 옛 집

 

 

 

 

 

 

중국사의 오늘 :

19771221

무게 158.9g의 초대형 다이아몬드가 산동성의 한 여사원에 의해 발견되어 국가에 헌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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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大家(대가)

 

어느 한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그 분야의 대가’(大家)라 부른다. 현대 중국에서 대가의 중국어 발음은 다자여러분이란 뜻이다. 물론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들어 있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단어의 어원을 캐고 들면 여러분이란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대가를 만나게 된다.

동한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을 들라면 거의 예외 없이 반소(班昭)를 꼽는데, 그녀는 한서』(漢書)를 남긴 반고(班固)의 여동생으로 반고가 한서를 끝내지 못하고 죽자 화제의 명으로 ’(表)천문지’(天文志)를 완성하여 한서편찬을 마무리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기도 했다. 그녀는 황제의 부름을 받아 수시로 황궁을 출입하면서 황후를 비롯한 궁중 여인네들을 가르쳤는데, 황후 등은 이런 그녀를 대가’(大家)라 불렀다. 스승에 대한 극존칭이었던 셈이다. ‘’()’(姑)로도 읽기 때문에 대고’(大姑)로도 썼다.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대단한 여성정도가 된다. 이 단어는 그 후 박학다식하고 대의를 깊게 바로 알고 있는 여성을 비유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대가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후한서』(後漢書) 조세숙처전」(曹世叔妻傳)

 

 

* 반소

 

 

 

 

 

 

중국사의 오늘 :

19821220

국무원 총리 조자양(趙紫陽)이 아프리카 11개국 순방에 나서 중국과 아프리카 나라들 사이에 경제 기술합작에 관한 4원칙에 합의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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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수

   莫愁(막수)

 

막수’(莫愁)는 묘한 단어이다. 글자의 뜻을 풀이하자면 근심하지 마라.’ 혹은 근심 없다.’ 정도가 되겠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쉽다. 여성의 이름으로서 막수는 석성의 막수와 낙양의 막수가 있었다.

구당서에는 “‘막수악석성악에서 나왔다. 석성에 막수라는 여자가 있어 가요를 잘했다. …… 그 가사는 막수는 어디 있나? 막수는 석성의 서쪽.’”이라는 대목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석성은 호북성 종상현 서쪽에 있는 막수촌이다. 이로부터 막수는 아름다운 부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낙양 막수는 남조 시대 양나라 황제 무제의 시에 등장하는데 노씨(盧氏) 집안으로 시집갔다 해서 노가부’(盧家婦)로도 불렸다. 역시 아름다운 부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정착했다.

무협소설가 김용(金庸)신조협려』(神鵰俠侶)에 보면 이막수’(李莫愁)라는 여인이 등장하는데 실연(失戀) 탓에 아주 잔인하게 변한 캐릭터로 소설의 흥미를 더해 준다. 어느 쪽이든 막수는 아름다운, 하지만 묘한 매력을 가진 분위기 넘치는 원숙한 여성의 대명사로 보면 될 성싶다.

 

구당서』(舊唐書) 음악지」(音樂志)

 

 

 

 

중국사의 오늘 :

12801219(원 세조 지원 1711월 갑자)

원나라 조정에서 천문학자 곽수경(郭守敬)수시력(授時曆)을 반포했다. 이 달력은 365.2425일을 1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주기와 26초 차이가 날 뿐이었다. 현행 서양 달력인 그레고리력보다 300년 앞서 반포된 달력이다.

 

* 곽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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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에 한번 오르니 몸값이 열 배로 뛰는구나.

   一登龍門, 身價十倍(일등용문, 신가십배)

 

대시인 이백(李白)은 스물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 각지를 전전했다. 남다른 재능과 큰 포부를 가졌지만 마땅한 추천자를 만나지 못해 서른이 넘도록 벼슬에 나아가지 못했다. 당시 형주장사로 있던 한조종(韓朝宗)은 후진을 많이 추천하여 명망이 높았다. 이백은 형주를 여행하던 차에 그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도와주길 청하면서 이렇게 썼다. 제가 듣기에 태어나 만호후에 봉해지진 못하더라도 한 형주(한조종)의 눈에 들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 많은 인재가 당신의 문하로 달려가 일단 추천을 받으면 마치 잉어가 용문에 오르듯 몸값이 열 배로 뛴다더군요.”

용문은 산서성과 섬서성을 가르는 황하의 일단으로 이곳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 용문에 이르면 잉어가 용으로 변한다는 전설이 전한다. 위대한 역사학자 사마천도 스스로를 용문에서 태어났다고 술회했다. 이 성어는 그 후 어느 순간 기회를 만나 두각을 나타내면 그 가치가 크게 오른다는 뜻으로 정착했다.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 용문과 용문철교

 

 

 

 

 

 

중국사의 오늘 :

12711218(원 세조 지원 811월 을해)

원 세조 쿠빌라이가 유병충(劉秉忠)의 건의를 받아들여 몽고의 국호를 대원’(大元)으로 결정했다. 주역대재건원’(大哉乾元)에서 딴 것이다.

 

* 쿠빌라이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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