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술이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한다.
今朝有酒今朝醉(금조유주금조취)
당나라 시인 나은(羅隱)의 시 구절이다. 나은은 나름의 큰 뜻을 품고 고군분투 공부했으나 포부를 펼칠 기회를 끝내 얻지 못했다. 두 차례 과거에도 떨어졌다. 나은은 더 이상 공명을 추구하는 것은 허망하다고 생각하여 고향인 절강 여항으로 은거할 준비를 했다. 이름도 ‘횡’(橫)에서 ‘은’(隱)으로 바꾸고 강호를 떠났다. 자기 몸 하나라도 깨끗하게 지키고 싶었다.
이 시 구절은 나은의 이런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심경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숨으로 털어 내며 세속을 피하려 한 그의 정서는 후대 지식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 대목에 이어 나은은 “내일 근심일랑 내일이 오면 근심하자.”라고 읊조린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나은과 같은 심경으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세태가 인재를 내친다. ‘오늘 아침 술이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한다.’는 몰락한 생활과 소극적이고 퇴폐적인 정서를 나타내며, 때로는 눈앞의 향락만 추구하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자견」(自遣)
중국사의 오늘 :
1918년 12월 22일
진독수(陳獨秀), 이대소(李大釗) 등이 북경에서 『매주평론』每周評論을 창간하여 신문화, 신사상 전파 운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