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문서, 비방서

   謗書(방서)

 

전국 시대 위()나라 문후(文侯)가 악양(樂羊)으로 하여금 중산(中山)을 공격하게 하니 악양이 3년 만에 공략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했다. 문후는 말없이 상자 하나를 꺼내 악양에게 건네주었다. 악양이 상자를 열어 보니 그동안 자신을 비방한 문서들이 가득 차 있었다. 조정 대신들의 온갖 비방에도 불구하고 문후는 3년이나 악양을 믿고 기다렸던 것이다. 악양은 부끄러워하며 승리의 공을 문후에게 돌렸다.

 

방서는 이렇듯 누군가를 비방 공격하는 글을 말하는데, 동한 시대 왕윤(王允, 소설 삼국연의에서 초선을 이용하여 동탁과 여포를 이간하는 인물)이란 자는 사마천의 사기를 두고 한 왕실을 비방한 책이란 의미로 방서로 지목하면서, 무제가 사마천을 살려준 탓에 방서가 세상이 나오게 되었다며 사마천과 사기를 비방했다. 이후 방서는 타인을 깎아내리는 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고, 간혹 사기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국책』 「진책(秦策)

 

 

* 도판은 위 문후.

 

 

 

 

 

 

중국사의 오늘 :

196653

중국 최초의 국산 고급형 신형 자동차 홍기’(紅旗)가 장춘 제1 자동차 제조창에서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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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하나가 가을을 알리다.

   一葉知秋(일엽지추)

 

이 말의 출전은 회남자이다. 그 대목은 이렇다. “고기를 한 점 맛보고 솥 안의 고기 맛을 알고, 깃털과 숯을 매달아 놓고 건조한지 습한지를 아는 것은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밝히는 것이다.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알고, 병 속의 얼음을 보고 천하에 추위가 다가옴을 아는 것은 가까운 것으로 먼 것을 논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멋들어진 성어가 파생되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드러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별개의 미묘한 현상들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전체적인 모습 그리고 발전 추세를 유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한 것을 보고 드러날 것을 안다견미지저’(見微知著)와 같은 의미이다. ‘바닷물을 다 마셔야 맛을 아나, 한 숟갈만 떠먹어 보면 알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등과 같은 속담이나 격언도 같은 맥락이다.

 

회남자』 「설산훈(說山訓)

 

 

 

 

 

중국사의 오늘 :

191952

초기 공산주의 이론가인 이대소(李大釗)가 자신이 편집한 신청년(新靑年) 65호를 마르크스주의 연구 특집호로 꾸며 자신의 논문 나의 마르크스주의관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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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사랑하는 나라는 강하고,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나라는 약하다.

   愛民者强, 不愛民者弱(애민자강, 불애민자약)

 

독재 정권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애국애족(愛國愛族)이란 구호에 심하면 치를 떨지 모른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담보로 한 무작정 애국애족은 그 자체로 폭력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지상주의에 입각한 애국애족이란 구호는 이제 정말 늙은 수구 보수주의자들이나 입에 담는 낡은 개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고전을 읽다 보면 종종 애국에 관한 일화와 명구를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 고전 속 애국은 거의 전부가 애민(愛民)과 연계되어 있다. 순자의 한 대목이다. “인재를 아끼는 나라는 강하고, 인재를 아끼지 않는 나라는 약합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나라는 강하고,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나라는 약합니다. 정책에 믿음이 있는 나라는 강하고, 정책에 믿음이 없는 나라는 약합니다. (하략)”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蛇足)이 될 정도로 명쾌한 논리이다. 나라의 부강이 인재와 백성을 얼마나 아끼느냐로 결정된다는 요지이다. 이런 애민은 오늘날 봐도 산뜻하게 느껴진다. 정치적 구호를 내세울 때도 깊은 생각과 철학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애국애족이 아닌 애민애국이었으면 어땠을까? 어쨌거나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를 담은 구호를 떠나 순자의 이 구절을 음미해보면 정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순자』 「의병(議兵)

 

 

 

 

 

중국사의 오늘 :

191751

하얼빈 중국 노동자와 러시아 노동자가 공동으로 ‘5.1 국제노동자의 날을 기념했다. 중국 노동자는 이날 최초로 ‘5.1 노동자의 날을 경축했다. 그리고 192151일 제1차 전국 노동자대회가 광주(廣州)에서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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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koh 2013-05-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애족이나 애민이나 같은 뜻 아닌가요?

김영수 2013-05-0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애국애족'은 그것을 앞세워 정치적 구호로 악용한 것을 지적한 말이고 실제로 애족이든 애민이든 무엇을 앞세우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애민'이 근대 일본에서 수입한 민족 개념보다 친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kohkoh 2013-05-04 22:40   좋아요 0 | URL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무지했습니다. ^^ 그런데 언제 한번 여러 사람 모여서 선생님 모시고 좋은 말씀 들으며 중국 여행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누가 그런 기획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김영수 2013-06-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계획을 한번 잡아서 연락주세요.
의미있는 중국여행 좋지요.

권오헌 2013-06-15 08:4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 제가 기획하기에는 아는 것이 없어 어려우니 주위에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동참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새하곡*


이백(李白, 701~762)**

 

오월의 천산은 눈 내리고

추워 꽃도 피지 않는구나.

피리소리 속에 절류가가 들리니

봄빛은 아직 멀었나 보다.

새벽에는 북소리 따라 싸우고

밤에는 안장 끌어안고 잠드는구나.

바라기로는 허리에 칼을 뽑아

바로 누란을 베어 버리고 싶구나.

 

 

* 도판은 이백.

 

 

 

 

 

 

塞下曲

 

五月天山雪

無花只有寒

笛中聞折柳

春色未曾看

曉戰隨金鼓

宵眠抱玉鞍

願將腰下劍

直為斬樓蘭

 

 

* 6수 가운데 첫 수이다. 

** 이백은 태백(太白)이란 자로 많이 불린다. 호를 청련거사(靑蓮居士)라 하며, 시선(詩仙)이란 별칭으로도 널리 불린다. 흔히 두보(杜甫)와 함께 나란히 이두’(李杜)로 불리기도 하는 중국 최고의 시인이다. 무려 천 편이 넘는 작품이 남아 있는 것에 비해 그의 삶은 생몰 연대를 비롯하여 많은 부분이 추정에 의존한다. 그나마도 신비한 행적이 대부분이다. 환상적이고 호방한 시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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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자락을 자르다.

   斷袖(단수)

 

한나라 애제(哀帝) 때 동현(董賢)은 남자로 미모가 뛰어났다. 애제가 그를 사랑하여 침식을 함께했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려는데 동현의 몸이 애제의 옷소매 자락을 누르고 있었다. 애제는 동현이 깰까 봐 자신의 소매 자락을 자르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 뒤 단수는 남자를 좋아하는 호색남을 비유하는 단어가 되었고, 그런 취향을 단수벽(斷袖癖)이라 했다. 요컨대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청나라 때 소설가 포송령(蒲松齡)이 남긴 괴기소설 요재지이(聊齋志異)에도 하생(何生)이란 남색가가 등장한다. 동성애가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도 앞으로 점점 이 문제가 더 부각될 조짐이 보인다.

 

한서』 「동현전

 

 

* 도판은 요재지이

 

 

 

 

 

 

중국사의 오늘 :

1976430

중국과 네팔 정부가 서장(西藏, 티베트)과 네팔 사이의 통상과 교통 및 기타 관련 문제에 관한 협정을 위해 카트만두에서 문서교환 의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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