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탄 할머니 이야기 보물창고 21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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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흥미로운 [호랑이를 탄 할머니]는 옛이야기에 단골 주인공인 호랑이가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 속에 노할머니의 인정과 사랑이 보태어지고 유머까지 흠뻑 녹아들어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안겨주는 책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쉬운 것이 친가나 외가에 할머니는 계시지만 할아버지 두 분은 모두 안계시다는 것이다. 물론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도 있겠지만, 자식 사랑이 유난히 지극하셨던 두 분이 계셨다면 손주들에게 얼마나 넘치는 사랑을 주셨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이들에게 돈을 들이고 수고를 들여 갖게 해줄 수 없는 것들 중 가장 소중한 부분이 아닌가 싶어 다시한 번 진한 아쉬움이 고개를 든다. 

 정신을 깜빡깜빡 놓기 시작한 노할머니와 고손녀가 사탕을 입에 물고 마주 앉아있는 모습이 어쩜 이리 사랑스럽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노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오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마냥 들떠서 행복해 하는 앙증맞은 고손녀의 모습은 그저 어여쁘기만 하다. 이 얼마나 보기 드물고 아름다운 풍경인지... 

 이금이 작가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먹으며 자랐다고 했다. 어쩌면 작가가 된 것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부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이야기 덕분일거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때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에게 들으며 자라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느껴질때가 있다. 잠자리에 누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기발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는가 하면 재미있다고 깔깔 웃으며 넘어갈 때이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어른들의 생각이 얼마나 한정되어있는지를 돌아보게 하고 아이들의 생각주머니가 얼마나 더 무궁무진하게 커져갈 수 있는지 다시한 번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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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규칙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4
정복현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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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짝처럼 지내던 둘도 없는 친구가 어느 날 시골로 이사를 가버리고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꼈을 해미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는가 싶더니만 그 후로 펼쳐지는 해미와 반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시종일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서 천진함과 순수함을 찾으려 하는 건 욕심인가 싶어 한숨이 나오다가, 교육 현장에 몸담고 계시는 현직 선생님의 경험담과도 같은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부정할 수없는 현실임에 더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밀려왔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등장하지만 강자와 약자,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어른들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우정이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데 사실... 지금 아이들에게 이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왜일까? 내 아이가 참된 우정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들이 먼저 그런 모델이 되어주지 못하기에,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아들녀석이 4학년이었던가 유난히 키가 작아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있었다. 학기 초에는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 같이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친하게 지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괴롭힘이 심해지면서 도저히 참고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우연히 같은 태권도에 다니게 되면서 함께 등하교를 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어느 날 우리집에 놀러와 자장면을 먹고 갔는데 아이 할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친구가 되어 주어 너무 고맙다는 전화였는데 그 전화를 받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어쩌다...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고마운 세상이 되어버렸을까 한 편 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친한 친구가 떠난 자리를 잠시 어색한 즐거움을 채우려 했던 해미의 약한 몸부림이 아프게 다가왔다. 해미의 반 친구들은 자신들보다 못나고 약하다고 생각한 해미에게 미소로 다가가선 호의를 가장해 결국은 이용하고 상처를 안겨 주었다. 아는 언니의 조언이 있었지만 어른스럽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기 보다는 가여웠다. 못난 어른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실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인것을 받아들이고 진정 내 자식을 잘 키우고 싶다면 우리 어른들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일 때만 비로소 천진하고 순수한 모습을 맘껏 발산할 수 있다는 걸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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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미사일 동심원 16
김영 지음, 눈감고그리다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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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네 볼에

가득한 보송보송한 솜털

 

미소지을 때

살짝 들어가는 오른쪽 볼우물

.

.

.

너를 좋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야

-'좋아하게 되면서' 중에서-

 

벌써 몇 년 전인지 까마득하기만 한 초등학교 5학년

그 아이는 반장 나는 부반장 우리는 짝꿍이었다.

남자 아이였지만 유난히 하얗고 긴 손가락을 가졌던 아이

성격이 온순해서 반 아이들이 반장인 그 아이의 말은 듣지도 않아 

늘 발 동동 구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한참동안 이름을 기억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래도 그 때 그 교실에서의 친구들과의 추억이

잊혀지지 않고 생각나는 걸 보면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있었기 때문인가보다.

 

 

공부 좀 못하면 어떠니

건강하면 제일이지

 

달리기 꼴찌 하면 어떠니

끝까지 달려 보는 거지

.

.

.

아빠가 따뜻한 입술로 뽀뽀하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면

나는 걱정거리 없는 아빠를 닮아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요

-'울 아빠 자랑거리' 중에서-

 

딸만 주루룩 넷, 늘 입가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던 우리 아빠

하나 둘도 아니고 딸만 넷을 낳아 놓고

뭐가 그리도 좋으냐고 하는 사람들 말에도 아랑곳없이

그저 우리만 보면 좋아 웃으시던 아빠의 얼굴이 떠오른다.

상장이라도 하나 받아올라치면 "어쩌자고 이렇게 예쁜짓을 했어!"

하시며 까칠한 턱을 얼굴에 부벼대시던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와 좀 더 오랜시간 함께 했다면

아빠의 그 큰 사랑을 좀 더 배울 수 있었을텐데...

 

한 권의 동시집 속에 아련한 추억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떠올리기 싫은 힘겨운 어린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금세 떠올리게 하는 동시들을 읽어가며 

생각해본다.

지금의 나는

시인의 바램처럼 유쾌하고 다정한 어른이 되었는지...

책장을 덮자마자 내 추억 속 또 다른 책장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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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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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기봉 선생님에게 15년 전 가르쳤던 제자가 도장 선물을 보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장을 선물했던 제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유보라 선생님이었다. 15년 전, 있는 듯 없는 듯 열심히 청소하면서 선생님께 잘보이고 싶었던 어린 소녀의 마음을 끝내 몰라 준 최기봉 선생님에 대한 서운함 마음을 갖고 있던 찰나에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아이를 최기봉 선생님 반에서 보면서 도장을 선물한 것이다. 칭찬이 되었든 질책이 되었든 아이들을 향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선생님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도장이었을 것이다.

 숙제를 잘해오거나 수업 태도가 좋거나 아님 심부름을 잘하고 온 날이면 울집 막내 생활본엔 어김없이 스티커가 늘어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건 일기나 독서기록장에 선생님이 찍어주시는 도장인데 정말 잘했을때는 '참 잘했어요'를, 무난하게 했거나 성의없이 썼을 때는 그냥 '검' 도장을 찍어주신다고 한다. 아이들끼리는 '참 잘했어요'가 많고 적은걸로 우쭐대는 기준을 삼는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상으로 붙이는가 하면 벌로 떼기도 하는 자석바둑알 등 아이들의 기를 살리고 죽이는 수단이 참 다양하기도 하다.

 지극히 사소한 일 하나에 자석바둑알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기가 살고 죽는 것을 보면서 이런 평가가 과연 옳은 것일까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여하튼 선생님의 평가 내지는 관심이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떠나서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사랑을 담은 선생님의 관심이 아이들을 여러 모습으로 자라게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드디어 도장을 찾은 날, 비로소 최기봉 선생님도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최기봉이 아닌 제자들 앞에 든든한 스승으로 서게 될 최기봉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은 상처가 없을거라고, 관심이나 위로는 필요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에 관심과 애정이 필요없는 사람은 없다. 알고 보면 최기봉 선생님도 아픈 상처가 있었고, 그 선생님으로 인해 유보라 선생님도 어린 시절 상처를 입었다. 어른들도, 아니 어른이 되기까지 그 시간이 흐른만큼 마음을 열어 상처를 치유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는 걸 생각할 때, 우리 아이들이 지식주머니만 채워갈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먼저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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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문고판) -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 작품 수록 네버엔딩스토리 21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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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달달 외우려고 애쓰지 않았어도

늘 암송하고 다니지 않았어도

죽는 날까지~ 로 시작하면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까지

단번에 읊게 되는 시가 바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에서

 

’별 헤는 밤’ 역시 ’서시’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인데

너무 길어 읊을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아 아쉬울 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이라 자신이 살아온 날을 꼽으며 써내려 간

’참회록’을 읽어보면

자기 성찰을 통해 진실된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나이에 이렇게 자기성찰을 통한 참회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오고가다 곧 정지한다.

일제강점기란 암울한 시대를 만나 청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치며

그의 손에 의해 씌여진 작품들마다 

가슴아픈 현실에 얼마나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

구절구절 진통의 흔적들이 절절하게 베여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문고본으로 다시 엮어 내는 까닭은

어린 시절에 처음 소유하게 된 시집을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된 다음에도 늘 곁에 두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이다. -엮은이의 말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는 아들녀석

’서시’는 들어봤다며 알고 있었고

책을 쭉 훑어보고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는 말을 한다.

아이는 곧 청소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암울한 시대를 살며 고뇌하고 갈등하던 중에도

자유와 순순한 미래를 그렸던 시인의 마음과 조금씩 마주하게 되겠지...  

 엄마처럼 성인이 되어가며

가슴팍에 아련하게 남게 될 시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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