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좀 더 일찍 읽지 못했을까? 삼십대 중반도 넘은 아줌마가 되버린 지금 말고, 문학 소녀를 꿈꾸던 중딩이나 고딩시절, 아니 적어도 이십대 때에만 읽었더라도 지금보단 훨씬 더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설레였을텐데 말이다. 주위에 정말로 책을 사랑하는 문학 소년/소녀들이 있다면, 당장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뭐 구지 소년/소녀들이 아니더라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쯤 읽어 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나는 책은 처음이다. 책을 소재로 해서 이렇게 환상적인 가공의 세계와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다만 그 재주가 놀라울 따름이다. 공룡 작가 지망생, 책 사냥꾼, 책 연금술사, 검은 사나이, 그림자 대왕과 외눈박이 부흐링 족 및 부흐하임의 지하 묘지에 살고 있는 각종 괴물들, 갖가지 보석과 짐승의 가죽으로 제본된 책, 향기나는 책, 사람을 죽이는 책, 심지어 살아 숨쉬고 날아다니는 책까지. 이 말도 안되는 상상의 세계와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들을 읽고 있노라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한 마디로 책에 대한 사랑을 넘어 광기의 수준에 이른, 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책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부흐하임 사람들에게 감정 이입되어, 책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대리 만족 같은 느낌들이 너무 좋았다. 마치 트럼나팔 콘서트에 도취된 미텐메츠처럼, 마구 마구 책을 사고 싶은,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못한 채 꿈꾸고 있는 책들을, 내 손으로 깨우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며 2편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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