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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1975년의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나는 그날, 무너져가는 담장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얼어붙은 시내 가까이의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묻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그 골목길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여름 어느 날, 라힘 칸이 파키스탄에서 전화를 했다. 그는 나한테 그곳으로 와달라고 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부엌에 서서 전화를 받던 나는 전화기 속에 있는게 라힘 칸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내 과걱가 그 속에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산책을 나가 골든게이트 공원의 북쪽 가장 자리에 있는 스프레클스 호수를 따라 걸었다. 이른 오푸의 햇살이 물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몇 십 개의 모형 배들이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떠다니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기다란 남색 꼬리가 달린 두 개의 붉은 연이 떠 있었다. 두개의 연은 공원의 서쪽 끝에 있는 나무들과 풍차들 위에, 이제는 내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보며 두눈처럼 나한히 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귀에 하산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남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언청이였던 하산.
나는 버드나무 가까이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라힘칸이 전화를 끊기 직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나는 쌍둥이 연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하산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바를 떠올리고 알리와 카불을 떠올렸다. 나는 1975년 겨울이 되어 모든 것이 바뀔 때까지 내가 살았던 삶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되게 한 그 겨울을 떠올렸다. (7~8p)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자살테러로 110층이나 되는 세계무역센터가 허무하게 무너졌던 그날 이었던 것 같다. 무고한 생명들이 목숨을 빼았겼고, 온 세계가 무자비한 테러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었다. 눈에눈 이에는 이 테러에는 테러라고 외치는 미국과 영국이 태러의 배후에 있다고 지목한 오사마빈 라덴이 있다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극우세력, 테러, 반 사회적, 빈곤, 총, 무장 등 부정적인 단어만 떠올리게 된 나라로 기억 저편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이 책을 보며 그 동안 너무 큰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눈을 멀게 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미디어라는 것이 단편적인 것만 보는 것이 이리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 가는 곳에는 이해할수도 이해하지 못할 일도 생길 수 있다.
단지 거기에 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도 여느 나라와 똑같다. 가족간의 돈독한 사랑이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배풀며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갔던 그들이었다. 그런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여 있어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하여 과거를 지우고 싶거나 후회가 남는 일을 마음속에 깊이 숨겨두고 있다면 책을 꼭 펼쳐보길 권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