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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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획득한 비평 언어의 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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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정 기준

주제별. 가벼운 놈 하나, 무거운 놈 하나.

양자를 충족하면 쵝오.

예. 셜록 홈즈, 기호학자를 만나다(셜록 홈즈를 이용한 기호학 소개 논문집) 

 

원칙 하나.

리스트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빼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것.

책이 너무 많다. 그중에 진짜 쓸만한 책을 가려내고 남길 것.


46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A Walk Among the Tombstones (Movie Tie-In Edition) (Mass Market Paperback)
Block, Lawrence / Hardcase Crime / 2014년 8월
13,980원 → 11,460원(18%할인) / 마일리지 5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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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m Calling from (Paperback)- New and Selected Stories
Carver, Raymond / Vintage Books / 1989년 6월
31,500원 → 25,830원(18%할인) / 마일리지 1,3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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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go del Destino / Sons of Fortune (Paperback, Translation)
Jeffrey archer / Debolsillo / 2005년 3월
27,910원 → 22,880원(18%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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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in Love (영국판, Paperback)
알랭 드 보통 지음 / Picador / 2006년 1월
17,100원 → 12,500원(27%할인) / 마일리지 63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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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
앤드루 마 지음, 강주헌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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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잘 지내셨나요?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분이 아니더라도 어쩌다 지나가다 들리셨다고 하더라도 잘 지내셨길 바랍니다. 저는 비교적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좀 다녀왔고 살이 좀 탔습니다. 수영을 더 열심히 해서 지구력이 전보다 늘었습니다. 서핑은 그만큼 하지 못해서 정체된 것 같습니다만, 조만간 주말에 서핑을 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더 까맣게 탈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하얀 피부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태우지 말라고 하얀 피부를 유지하라고 합니다. 헤어 스타일에 대해서도 조언을 합니다. 앞머리를 내리는 편이 더 어려보이고 말이야 등등등.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앞머리를 내리고 얼굴이 하얀 편이 더 좋아 보이는 군 하고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달라집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편이 훨씬 건강해 보여요, 앞머리를 올리니까 훨씬 나은데요, 라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견해를 접하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어찌된 일인지 그런 사실은 저에게 종종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각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저는 기분이 울적할 때에는 옛날 일을 기록한 책을 읽곤 합니다. 침대에 베개를 고인 뒤,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허풍쟁이 사기꾼이었던 콜럼버스가 선원들에게 맞아 죽기 직전 운 좋게 미대륙을 발견하는 장면 따위를 꼼꼼히 읽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콜럼버스가 아니라 그의 밑에 있던 선원이 발견한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콜럼버스는 자기가 발견한 거라고 거짓말을 하죠. 미대륙을 발견했던 선원은 참 억울 했을 겁니다. 엄청난 포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말이에요. 매년 1만프랑에 달하는 은화였나. 그걸 죽을 때까지 주기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두 번 다시 위험한 배의 선원 일은 안해도 되었을지도 모르고, 미혼이었다면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기회를 빼앗아간, 그것도 비겁한 거짓말로, 콜럼버스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혹시나 스페인에 돌아간 뒤 암살을 하려고 하진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실은 자기가 그 미대륙을 발견했노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안 믿어줬을까. 아니면 허풍쟁이라고 비웃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다보면, 울적한 마음이 사그라 듭니다. 콜럼버스의 배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그 당시 콜럼버스의 배에 탄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을 테니 말이죠-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미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되었는데 ㅡ역사에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공으로 넘어가게 된 사람의 일생에 비하면, 나라는 인간의 울적함은 지극히 하찮은 것으로 느껴지고 맙니다. 마음이 넓어진다고 할까요. 뭐, 미대륙 발견의 공을 빼앗긴 것도 아닌데. 하고 생각하게 되어 버립니다. 

 

 옛날에는 그런 억울한 사람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역사라는 건 결국 그런 억울한 사람들의 하소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대륙의 경우에도 이미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100여년 전에 유럽의 어부들은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구역이 대서양 건너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어부들이 몰려들까봐 쉬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 누구 한 명이라도 탐구심이 조금만 강했더라면 최초의 미대륙 발견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우리 아버지가 미 대륙을 발견했다라며 자랑스러워 했을지도 모르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릅니다.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도 그리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긴 합니다. 2015년 7월 22일 이렇게 생긴 사람을 거기서 만나는 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당신의 인생이 이렇게 진로 변경이 되어서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말을 들으면 과연 그렇게 될까? 라는 궁금증이 일 것 같습니다. 정말 그 말대로 된다면 신기하겠죠.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틀 후의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마도 잘 알고 있겠죠. 그건 저에게 굉장히 신기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마법같습니다. 이틀후의 제가 지금 저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건 굉장히 설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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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오랜만이네요. 라고 말하면서도 늘 오랜 만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생각 날 때' 쓰고 있으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런 것치고는 '자주'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캣우먼 씨의 홈페이지에서 였습니다. 캣우먼 씨는 임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소설과 에세이를 내신 모양입니다. 결혼도 하셨고 자녀도 있고 그런 내용들이 모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저는 홈페이지에는 어떤 내용까지 올려도 되는 걸까 하고 고민합니다. 출생년도는 별 부담없이 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출생지도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가족 관계는 좀 드문 것 같습니다. 딸이 둘 있는 작가의 소설과 아들만 둘 있는 작가의 소설이 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 쪽으로 연구를 한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의외로 자식의 성별이나 수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많을수록 단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던가 하는 식의 통계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홈페이지 프로필 상에 가족 관계를 적는 일이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런 건 홈페이지에 절대 올려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올리고 싶으면 올린다. 그게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원칙인 것 같습니다.

 

 저로 말하자면, 결혼을 안 했으니 올릴 가족 관계가 없고, 나이는 대충 밝힌 것 같습니다. 모르셔도 사실 상관은 없지만요. 제가 40대든 60대든 여러분에게 그 사실이 별 상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리타분하고 꼬장꼬장한 냄새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나이가 많은 사람일 거야 라든가, 자유롭고 재기발랄하니 젊은 사람이 썼을 거야 라는 생각도 편견일 수 있으니까요. 그냥 글에 드러나는 저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제 많지 않은 바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그러니까 글에 드러난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쓴 글을 읽으며 '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실제의 저를 말이죠. 하지만 그건 솔직히 말해 저에게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에게는 글을 쓰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저는 사실 자기 표현에 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기본적으로 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결코 능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지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리는' 타입 입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제가 뭔가를 말하고자 하면 타이밍이 안 맞곤 합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열차가 떠나버리는 것이죠.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기에 저는 나름의 타협안이랄까 대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적당히 활용하면서 실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맞지 않는 구두를 발가락을 구부려 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다릅니다.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틀렸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슴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손끝을 타고 문장이라는 형태로 바뀌어져 갑니다. 글을 쓰면서 아아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건 저에게 아주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과 제가 교감하고 있는가가 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정말 교감이 되고 있는가 아닌가를 아마도 저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인간은 영원히 타인과 교감할 수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마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믿고 싶습니다.

 

 여전히 제목과는 관계없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면 영 관계가 없지만도 않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제목을 먼저 쓰는 편인데 어떤 제목은 글이 술술 나오고 어떤 제목은 좀처럼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술술 나오면 좋은 제목, 그렇지 않으면 안 좋은 제목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술술 글이 나오게끔 도와주는 제목은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 몰라도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목 덕분에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다음, 또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또 만나고 싶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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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점 오픈 준비를 하는 한편, 간간이 다른 글도 쓰고 있는 마스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리뷰를 하나 남길까 합니다. 제목에서 눈치를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책이 그 대상이네요.

 

 이 책을 읽은 건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5년 전입니다. 저는 이제 막 스무살이 되었고 뭔지 알 수 없는 희망 같은 것에 부풀어 있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쉽사리 그런 기분이 되곤 했습니다.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라고 점심 라면을 먹으며 생각하기도 했더랬죠.

 

 지금은 잘 상상이 안 갈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나는 하루키(이하 춘수 씨라고 하겠습니다. 이유는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확인이 가능하십니다)보다 류(이하 용 씨)가 좋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만큼, 이 책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투 무라카미라는 용어도 있었더랬죠.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춘수 씨 편을 들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용 씨의 인기가 이렇게 추락하고 나니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용 씨를 응원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사실 스무살 이후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본 기억이 없기에 이 리뷰는 십 오년전의 흐릿한 감상에 기초하여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아, 나도 그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하고 결심하시거나 그런 책은 절대로 읽지 못하게 아이들을 단속해야겠군하고 결심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제가 이 책을 수업 시간에 주로 읽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주로 수업 시간에 소설을 읽었습니다. 수업이 재미가 없었기도 했고 수업 시간에 읽는 소설이 아주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쉬는 시간이나 집에서 읽을 때보다 훨씬 재밌게 느껴진달까. 못생긴 사람 옆에 서 있는 잘 생긴 사람이 더 근사해 보이는 이유랑 비슷한 이유인지도 모릅니다만 그랬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수업 시간에 소설을 읽으려고 했습니다. 남들 앞에 대놓고 추천할 만한 독서 습관은 아니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학생 분이 계시다면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는 이건 내 인생의 책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어딜 가든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누가 누구와 뭘했고 하는 일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주 문란한 성행위, 그러니까 두명이 아니라 서너명이 등장한다든지 그런 과정을 자세하게 써놓았다든지 하는 부분도 있었고, LSD였나 헤로인이었나 하는 마약을 하는 장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건전하다고는 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가슴에 쿡하고 찌르듯이 와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단지 야한 장면 같은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용 씨는 그뒤로도 지치지 않고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춘수 씨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데뷔 당시 아쿠타카와상까지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 기세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용 씨가 질이 떨어지는 소설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아주 훌륭한 소설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늘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건 소설가로서는 아주 힘든 일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려먹기를 하지 않으려면 매번 허물을 벗는 과정을 뚫고 나가야 할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격렬함이랄까 도전 정신 같은 것이 독자를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용씨는 추구하는 바가 분명하고 비교적 그것을 분명한 형태로 소설 안에서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사람 싫어라고 외면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독자 가운데 많은 듯 합니다. 사람들은 강하게 주장하는 소설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편이고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세상에 온통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는 소설가만 존재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지루한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청나게 매운 음식이 땡기듯이 용 씨의 소설도 가끔 못견디게 읽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용 씨의 소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슬플 것 같습니다.

 

 오랜 만에 인터넷에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검색했더니 판본이 꽤 여러 개가 나와서 놀랐습니다. 뭐가 달라졌나 봤더니 번역자가 양억관 씨였습니다. 김난주 씨와 함께 부부번역가로 유명하고 또 최근의 다자키 쓰쿠루를 번역하셨는데 이전부터 일본 소설의 전문 번역가로 이름을 날리셨죠. 용 씨가 드디어 대접을 좀 받나 싶어 좀더 찾아보니 무라카미류 셀렉션이라고 해서 용 씨의 책 중 몇 권을 뽑아다가 선집을 만들면서 새롭게 번역을 맡긴 모양입니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작가의 책을 새롭게 번역해서 내준다는 사실. 그것에도 감동했습니다. 최신이 꼭 최선은 아닌 것 같은데, 요즘 사회 분위기는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폰 6가 나오면 5를 사용하는 사람은 구식이 되어 버립니다. 4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린고비가 되고, 3나 그 이전 버전을 사용하는 사람은 기인이 됩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런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는 의미인듯 합니다. 왜 쫓아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야 스마트하다고 합니다. 트렌드를 쫓는 일이 왜 '똑똑한' 일이 되는지 저는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나중에도 좋은 책들을 잊지 않고 이렇게 다시 내주는 출판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심야서점에서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스마트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십 오년 전의 그 책이 다시 나왔다는 소식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거리를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그런 기분 좋음이 아닌 조용히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은 기분 좋음입니다. 오늘은 그런 기분 좋은 날입니다.

 

 여러분께도 그런 기분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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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를 추가하면서 보니 제가 읽은 것은 99년 판같은데, 여때까지 저는 그 책을 류시화 씨가 번역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표지도 파란색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되는 모양입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5,500원 → 4,950원(10%할인) / 마일리지 2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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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2년 3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15년 06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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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15년 06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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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길 잃은 젊음의 파열, 그 투명한 고통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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