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오랜만이네요. 라고 말하면서도 늘 오랜 만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은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생각 날 때' 쓰고 있으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런 것치고는 '자주'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캣우먼 씨의 홈페이지에서 였습니다. 캣우먼 씨는 임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소설과 에세이를 내신 모양입니다. 결혼도 하셨고 자녀도 있고 그런 내용들이 모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저는 홈페이지에는 어떤 내용까지 올려도 되는 걸까 하고 고민합니다. 출생년도는 별 부담없이 올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출생지도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가족 관계는 좀 드문 것 같습니다. 딸이 둘 있는 작가의 소설과 아들만 둘 있는 작가의 소설이 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 쪽으로 연구를 한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의외로 자식의 성별이나 수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많을수록 단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던가 하는 식의 통계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홈페이지 프로필 상에 가족 관계를 적는 일이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런 건 홈페이지에 절대 올려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올리고 싶으면 올린다. 그게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원칙인 것 같습니다.

 

 저로 말하자면, 결혼을 안 했으니 올릴 가족 관계가 없고, 나이는 대충 밝힌 것 같습니다. 모르셔도 사실 상관은 없지만요. 제가 40대든 60대든 여러분에게 그 사실이 별 상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리타분하고 꼬장꼬장한 냄새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나이가 많은 사람일 거야 라든가, 자유롭고 재기발랄하니 젊은 사람이 썼을 거야 라는 생각도 편견일 수 있으니까요. 그냥 글에 드러나는 저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제 많지 않은 바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그러니까 글에 드러난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쓴 글을 읽으며 '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실제의 저를 말이죠. 하지만 그건 솔직히 말해 저에게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에게는 글을 쓰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저는 사실 자기 표현에 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기본적으로 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결코 능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지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시간이 걸리는' 타입 입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제가 뭔가를 말하고자 하면 타이밍이 안 맞곤 합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열차가 떠나버리는 것이죠.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기에 저는 나름의 타협안이랄까 대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적당히 활용하면서 실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맞지 않는 구두를 발가락을 구부려 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다릅니다.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틀렸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슴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손끝을 타고 문장이라는 형태로 바뀌어져 갑니다. 글을 쓰면서 아아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건 저에게 아주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과 제가 교감하고 있는가가 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정말 교감이 되고 있는가 아닌가를 아마도 저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인간은 영원히 타인과 교감할 수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마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가능성을 믿고 싶습니다.

 

 여전히 제목과는 관계없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면 영 관계가 없지만도 않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제목을 먼저 쓰는 편인데 어떤 제목은 글이 술술 나오고 어떤 제목은 좀처럼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술술 나오면 좋은 제목, 그렇지 않으면 안 좋은 제목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술술 글이 나오게끔 도와주는 제목은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 몰라도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목 덕분에 여러분과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다음, 또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또 만나고 싶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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