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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
앤드루 마 지음, 강주헌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잘 지내셨나요?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 분이 아니더라도 어쩌다 지나가다 들리셨다고 하더라도 잘 지내셨길 바랍니다. 저는 비교적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좀 다녀왔고 살이 좀 탔습니다. 수영을 더 열심히 해서 지구력이 전보다 늘었습니다. 서핑은 그만큼 하지 못해서 정체된 것 같습니다만, 조만간 주말에 서핑을 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더 까맣게 탈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하얀 피부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태우지 말라고 하얀 피부를 유지하라고 합니다. 헤어 스타일에 대해서도 조언을 합니다. 앞머리를 내리는 편이 더 어려보이고 말이야 등등등.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앞머리를 내리고 얼굴이 하얀 편이 더 좋아 보이는 군 하고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달라집니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편이 훨씬 건강해 보여요, 앞머리를 올리니까 훨씬 나은데요, 라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견해를 접하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어찌된 일인지 그런 사실은 저에게 종종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각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저는 기분이 울적할 때에는 옛날 일을 기록한 책을 읽곤 합니다. 침대에 베개를 고인 뒤,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는 바람과 함께 허풍쟁이 사기꾼이었던 콜럼버스가 선원들에게 맞아 죽기 직전 운 좋게 미대륙을 발견하는 장면 따위를 꼼꼼히 읽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콜럼버스가 아니라 그의 밑에 있던 선원이 발견한 것이었지만, 그마저도 콜럼버스는 자기가 발견한 거라고 거짓말을 하죠. 미대륙을 발견했던 선원은 참 억울 했을 겁니다. 엄청난 포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말이에요. 매년 1만프랑에 달하는 은화였나. 그걸 죽을 때까지 주기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두 번 다시 위험한 배의 선원 일은 안해도 되었을지도 모르고, 미혼이었다면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기회를 빼앗아간, 그것도 비겁한 거짓말로, 콜럼버스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혹시나 스페인에 돌아간 뒤 암살을 하려고 하진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실은 자기가 그 미대륙을 발견했노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안 믿어줬을까. 아니면 허풍쟁이라고 비웃었을까.

 

 그런 상상을 하다보면, 울적한 마음이 사그라 듭니다. 콜럼버스의 배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그 당시 콜럼버스의 배에 탄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었을 테니 말이죠-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미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되었는데 ㅡ역사에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공으로 넘어가게 된 사람의 일생에 비하면, 나라는 인간의 울적함은 지극히 하찮은 것으로 느껴지고 맙니다. 마음이 넓어진다고 할까요. 뭐, 미대륙 발견의 공을 빼앗긴 것도 아닌데. 하고 생각하게 되어 버립니다. 

 

 옛날에는 그런 억울한 사람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역사라는 건 결국 그런 억울한 사람들의 하소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대륙의 경우에도 이미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100여년 전에 유럽의 어부들은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구역이 대서양 건너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어부들이 몰려들까봐 쉬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 누구 한 명이라도 탐구심이 조금만 강했더라면 최초의 미대륙 발견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우리 아버지가 미 대륙을 발견했다라며 자랑스러워 했을지도 모르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릅니다.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도 그리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긴 합니다. 2015년 7월 22일 이렇게 생긴 사람을 거기서 만나는 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래서 당신의 인생이 이렇게 진로 변경이 되어서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 말을 들으면 과연 그렇게 될까? 라는 궁금증이 일 것 같습니다. 정말 그 말대로 된다면 신기하겠죠.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틀 후의 저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마도 잘 알고 있겠죠. 그건 저에게 굉장히 신기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마법같습니다. 이틀후의 제가 지금 저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건 굉장히 설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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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동전을 쫓는 소년 : 이민철 소설집 - 문장장르소설선 8 문장장르소설선 8
이민철 / 내친구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자기책을 리뷰한 사람이 있던가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본 적은 없군요. 제 책입니다. 부끄럽지만. 근데 잘 팔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출판사에서 저작권료 정산을 해주는 기간이 한달에서 두달로 분기로 늘어나더니 이제 반기에 한 번씩 하려나 봅니다. 신기하게도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책이 팔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는 걸까요. 혹시 아이고 잘못해서 엉뚱한 책을 결제해버렸네 취소도 귀찮고 가격도 얼마 안하니 그냥 볼까, 라며 읽는 사람도 어쩌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소설집이라고는 해도 분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 지하철 같은 곳에서 시간 떄우며 읽기에 딱 좋죠. 실제로 그런 감상을 주위에서 받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에세이 같은 걸 쓰면 어때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즐거운 일입니다. 많지는 않아도 제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감상을 저는 접할 수 없을 테니..음 소설가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수나 영화감독 같은 사람들과는 뭔가 좀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거리가 멀다고 해야할까.

 

 이 책을 쓴 이후로도 몇 편의 단편과 장편을 썼는데 뭔가 흡족하지 않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새로 장편을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순조로워서 어쩌면 내년 쯤에는 나에게도 흡족한 장편이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다시 책 리뷰로 돌아가서. 표제인 동전을 쫓는 소년은 어느날 길에서 떨어진 동전을 주은 소년에게 일어나는 괴상한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조직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일종의 미스터리모험소설입니다. 일단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재밌다는 반응도 제법 있었고 소설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좀더 써달라는 적극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퇴근을 하고 매일 저녁 두 시간쯤 앉아 일주일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정도 길이의 소설로는 처음 쓴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제대로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잘 안되었죠. 덕분에 한 삼 사년쯤 이도저도 아닌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쓰느라 주말 내내 집에 있었지만, 막상 결과물은 흡족하지 않았죠. 게다가 갈수록 소설을 쓰는 시간 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멍하니 누워있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몇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마치 옛날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말이죠.

 

 저 소설집이 없었다면 더욱 허탈하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저 소설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소설이 아닌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을 쓰면서 문득문득 든 생각은 이건 뭔가 아닌데 하는 막연한 감각이었습니다. 이건 이 부분이 잘못됐어 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아닌 것 같은,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죠. 아니, 어쩌면 지금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뿐일지도.

 

 아무튼 지금은 약간의 궤도 수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굳이 주위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알리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친구들은 섬세하고 저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다보면 내가 내가 아닌 그런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물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소중하지만, 이게 아닌데, 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혼자가 되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가 되어,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글을 써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자, 제 안에서 뭔가가 제대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그리고 이곳에 쓰는 글은 소중합니다.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장치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 속에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진다는 사실이 말이죠. 그들 속에서 나는 나의 어떤 면을 부각하고 어떤 특정한 형태가 되어 존재하는 기분입니다. 수트를 입듯이. 물론 그 수트는 아주 편안하지만 그래도 제 몸은 아닙니다. 언제까지고 입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의 첫번째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이제 놓아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책 속의 단편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그 글들 안에서 저는 제대로 숨쉴 수도 뛰어놀 수도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저 책을 쓴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책은 더욱 안 팔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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