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동전을 쫓는 소년 : 이민철 소설집 - 문장장르소설선 8 문장장르소설선 8
이민철 / 내친구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자기책을 리뷰한 사람이 있던가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본 적은 없군요. 제 책입니다. 부끄럽지만. 근데 잘 팔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출판사에서 저작권료 정산을 해주는 기간이 한달에서 두달로 분기로 늘어나더니 이제 반기에 한 번씩 하려나 봅니다. 신기하게도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책이 팔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는 걸까요. 혹시 아이고 잘못해서 엉뚱한 책을 결제해버렸네 취소도 귀찮고 가격도 얼마 안하니 그냥 볼까, 라며 읽는 사람도 어쩌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소설집이라고는 해도 분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 지하철 같은 곳에서 시간 떄우며 읽기에 딱 좋죠. 실제로 그런 감상을 주위에서 받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에세이 같은 걸 쓰면 어때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래도 즐거운 일입니다. 많지는 않아도 제 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감상을 저는 접할 수 없을 테니..음 소설가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수나 영화감독 같은 사람들과는 뭔가 좀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거리가 멀다고 해야할까.

 

 이 책을 쓴 이후로도 몇 편의 단편과 장편을 썼는데 뭔가 흡족하지 않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새로 장편을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순조로워서 어쩌면 내년 쯤에는 나에게도 흡족한 장편이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다시 책 리뷰로 돌아가서. 표제인 동전을 쫓는 소년은 어느날 길에서 떨어진 동전을 주은 소년에게 일어나는 괴상한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조직의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일종의 미스터리모험소설입니다. 일단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재밌다는 반응도 제법 있었고 소설에서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좀더 써달라는 적극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퇴근을 하고 매일 저녁 두 시간쯤 앉아 일주일만에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정도 길이의 소설로는 처음 쓴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제대로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잘 안되었죠. 덕분에 한 삼 사년쯤 이도저도 아닌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쓰느라 주말 내내 집에 있었지만, 막상 결과물은 흡족하지 않았죠. 게다가 갈수록 소설을 쓰는 시간 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멍하니 누워있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몇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마치 옛날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말이죠.

 

 저 소설집이 없었다면 더욱 허탈하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저 소설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소설이 아닌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을 쓰면서 문득문득 든 생각은 이건 뭔가 아닌데 하는 막연한 감각이었습니다. 이건 이 부분이 잘못됐어 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뭔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아닌 것 같은,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죠. 아니, 어쩌면 지금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뿐일지도.

 

 아무튼 지금은 약간의 궤도 수정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굳이 주위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알리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친구들은 섬세하고 저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다보면 내가 내가 아닌 그런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물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소중하지만, 이게 아닌데, 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혼자가 되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가 되어,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글을 써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자, 제 안에서 뭔가가 제대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그리고 이곳에 쓰는 글은 소중합니다.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장치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 속에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진다는 사실이 말이죠. 그들 속에서 나는 나의 어떤 면을 부각하고 어떤 특정한 형태가 되어 존재하는 기분입니다. 수트를 입듯이. 물론 그 수트는 아주 편안하지만 그래도 제 몸은 아닙니다. 언제까지고 입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의 첫번째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이제 놓아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책 속의 단편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그 글들 안에서 저는 제대로 숨쉴 수도 뛰어놀 수도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저 책을 쓴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책은 더욱 안 팔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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