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왜? - 상상초월 아들행동설명서
오야노 메구미 지음, 정난진 옮김 / 팜파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아들은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호기심이 충만한 자신의 기질을 숨김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출을 하면 잡은 손 뿌리치는 건 예사였고, 느린 아이 걸음으로도 집중만 하면 5분에 갈 거리를 1시간은 걸려서 가야했을 정도로 주위 사물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녀석이었다. 또 멀쩡한 길을 놔두고 불룩 튀어나온 곳을 밟거나 한쪽으로 쓸어 쌓아놓은 눈더미 위를 기어오르질 않나 내 속을 긁는 행동만 골라서 했다. 우리 아이가 기질적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아들이어서 더욱 그렇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건 두 돌이 지나서부터였다. 

30개월을 넘기면서는 몸놀림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높은 곳에 오르내리는 것도 잘 해내기 시작하더니 위험하다고 말리는 행동은 일부러 더 하는 장난꾸러기 청개구리가 되어 있었다. 결국 1월 한 달 동안 벌어진 안전사고가 열 건이나 될 정도로 급격하게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두가 집안에서만 일어난 일이었다. 육아를 거의 책임지고 있는 엄마라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이는 거실 한 켠에서 위험한 행동(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을 하고 있는 게 뻔히 보인다. 바쁠 때는 손에서 당장 일을 놓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 "안 돼.", "하지마."라고 소리치기 마련이다.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은 바로 며칠 전에 저를 다치게 했던 것임에도 반복하는 이유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한 마디로 타고난 본능 때문이라고 답을 내린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 쓴 책은 이미 읽은 바가 있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다. 연애시절을 거쳐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나와는 성별이 다른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다. 하지만 나와 성별이 다른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런 종류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남성성이 발현되니 잊고 있던 책들이 생각이 난다. 그야말로 발등이 불이 떨어진 셈이다.

딸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아들을 이해하는 게 여자인 엄마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같은 남자여도 남편보다 아들을 이해하는 게 나는 더 쉽다. 책을 읽으며 도대체 아들은(남자는) 왜 그러는 건지 속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유를 밝히는 것보다는 그런 아들의 행동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좀더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육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꼭 아들이 아니어도 될 것이다. 육아라는 게 근본적으로는 아직은 모든 면에서 덜 성숙한 아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옷을 더럽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짜증을 낼 게 아니라 더럽혀도 괜찮은 옷을 입히고, 씻는 걸 싫어하는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기보다 씻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은연 중에 가르치면 되고, 탈것 나오는 책만 보려 한다면 탈것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책을 찾아 읽어주면 된다. 엄마 마음에 들지 않고 못마땅한 아들의 행동을 무턱대고 고치려고만 하는 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깨닫는다. 사실 이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몰라서 못 하는 건 아니다. 엄마들의 삶도 살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워킹맘의 경우라면 직장일까지) 팍팍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라 마음의 여유 한 자락이 모자라서 그런 것 뿐이다. 내가 이 책에 기대했던 명쾌한 답은 100% 찾지 못했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수확이 있다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을 이전보다는 너그럽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읽는다면 약간은 김이 빠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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