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함길수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보통 특별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흔하디 흔한 해외여행을 아직도 한 번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무조건 '해외'라면 아무데나 좋으니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끌리는 해외는 그냥 '아무데나'가 아니라는 걸 최근 몇 년 동안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찬란한 건축문화를 뽐내는 유럽도 물론 가고 싶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오지에 더 끌린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지여행을 견뎌낼 체력도 인내심도 바닥수준이면서 말이다.

 책을 온라인에서 처음 보고 제목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목차를 살펴보니 더더욱 나를 잡아 끈다. 라오스, 케냐,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인도 등 여행지 목록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작가 이름이 너무나 낯익다. 그가 누구인지 떠올리려고 한참을 애썼다. 결국 기억이 나지 않아 검색의 힘을 빌렸지만 언젠가 '지라니합창단' 기사에서 보았던 이름이었다. 이 책을 쓴 작가 함길수가 지라니합창단의 후원자로서 인터뷰를 한 기사였다. 세계 3대 슬럼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케냐 고로고초 지역의 아이들을 모아 꾸린 지라니 합창단은 우리 나라에서도 몇 번 공연을 펼친 바 있는 나름대로 이름난(?) 합창단이다.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지라니합창단 이야기를 조금 더 읽고 싶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라니합창단에 관한 분량은 몇 장 되지 않았다. 언제 나오나 읽는 내내 기다리기는 했지만 그러면서 읽어내려간 앞부분의 이야기들도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은 여행지의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아니다. 물론 여행정보만을 담고 있는 여행기는 없지만 이 책은 순전히 작가의 감상만을 위주로 삼은 책이다. 그래서 여행기라기보다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통해 명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여기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 한몸이 되어 사는 사람들이다. 궁핍한 삶의 한 가운데 자리한 이들이지만 표정만은 하나같이 맑고 순수하기 그지없다. 특히 고단한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해맑게 웃는 이들은 다름아닌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 속에 들어앉아있는 욕심을 조용히 내려놓게 된다.  

나는 사진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사진을 보면서 했던 생각은 만약 내가 작가와 똑같은 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게 된다면 과연 어떤 사진이 나올까였다.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과 비교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적어도 무얼 찍었는지는 견줘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동일한 피사체를 찍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도 조금은 작가의 시선과 마음에 동화가 된 것인지 왠지 나 역시 그들을, 그들이 몸담고 사는 풍경을 작가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지금껏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잠시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찾는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근사한 볼거리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나를 잊는 것보다는 꾸미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을 통해 본연의 순수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 훨씬 뜻깊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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