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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ㅣ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호모 레지스탕스. Homo Resistance. 저항하는 인간.
이 책의 부제가 표지의 노란 상자에 적혀있다.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명제가 더 이상 참이 아닌 게 되어버린 오늘날이다.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들이 법 앞에서 존중 받았던 사례들은 무수히 많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법에 문외한인 내가 이렇게 말하면 검사님들 변호사님들 노하시려나?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소설 위주로 읽어온 내 독서이력을 올해는 좀 다양하게 폭을 넓혀보자 싶어 두루 살피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저항'이라는 단어만 봐도 움찔하는 반골기질이라 끌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목차에 열거된 사례들은 충분히 가치있게 보였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판자촌 주민의 사연, 나 역시 경힘이 있는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관련된 이야기, 야간집회 금지에 대한 이야기,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법정공방, 또 온 나라를 들어다 놓았다 했던 미네르바 사건, 이른바 손담비 Ucc 사건 등 하나같이 억눌린 자들의 투쟁이었다.
'법'이라는 단어는 왠지 가진 것 없는 나를 주눅들게 하는 힘이 있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그것을 잘 이용 또는 악용하는 반면 모르는 사람은 맥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은 사회적 약자(또는 소수)가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고 결국 "법적"으로 승리했다. 특히 가장 앞에 언급된 구룡마을, 잔디마을 주민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개발 논리에 등떠밀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사람들이 강남 한복판에 판자촌을 형성하고 살아간다. 티브이 뉴스에서나 시사 잡지에서 자주 접해서 하나의 번지에 13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강남 판자촌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의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이 전입신고를 당당히 할 수 있게 된 사연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것도 2년의 법정 싸움을 통해서 말이다.
90% 이상 진행된 공사도 멈추게 한 사례가 있다. 바로 새만금 사업. 신부님과 스님들의 삼보일배 등 사회 각계 각층에서 새만금 사업 반대에 나서 투쟁했던 게 생각났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무리하게 공사에 돌입했지만 결국 완성한 뒤에 따를 환경재앙이 더 큰 문제였던 것이다. 처음부터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 손실이 없을 터인데 결국 환경가치의 중요성이 재판을 통해서도 인정된 셈이다. 이 대목에선 4대강 사업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새만금 사업이 긴 법정 공방을 마치고 사업중단이라는 판결까지 나왔는데 불과 10년도 안 된 이 사건을 잊은 자들이 너무 많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데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고, 듣는 것처럼 보이더니 편법이나 쓰고 있고... 그들이 제발 가까운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종전에 알던 법과는 달리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여전히 온전히 이해못한 부분이 있지만 읽을 수록 용어에 익숙해지고 문장도 술술 읽혔다. 그럼에도 법조계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힘든 용어와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애용하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점은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이런 점에서 별 한 개 뺐다). 판결문을 통째로 인용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쉽게 썼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종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나같은 독자가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시 책을 써준다면 별 다섯 개는 기꺼이 바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