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나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
씨나 믈로페 지음, 조선정 옮김, 레이첼 그리핀 그림 / 북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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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하면 가장 먼저 서양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은 비단 나뿐일까?

가까이는 아시아 국가도 있을 테지만 굳이 우리 머릿속에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눈 파랗고 얼굴 하얀 사람들이 왠지 외국인의 전형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서양 열강 중심으로 배웠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언젠가부터 내게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비야의 책을 읽고 기부를 시작한 지가 벌써 만 5년이 넘었단다.(구호센터에서 알려줬음) 우리가 후원하는 두 아이는 모두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부끄럽게도 돈만 내고 아직 편지는 한번도 써보지 못한 건조하기 짝이 없는 후원자이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늘 내 관심을 끈다. 이영희 PD가 쓴 <헉!아프리카>도 그래서 얼른 집어들고 읽었었다.

 

아프리카 각 나라별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한데 묶은 책이 여기 있다. 사실 이 책이 아동을 대상연령으로 한다는 것도 모른 체 냉큼 골랐는데 아이와 부모가 같이 보기에 손색이 없다. 어느 나라(민족)나 그렇듯 옛이야기(설화)에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풍습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있기 마련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의 특성상 구조가 단순하고 내용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뻔한 형식과 내용의 이면에는 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권선징악적 주제는 어디나 똑같지만 착한 사람 복받고 못된 사람 벌받는다는 이 단순한 교훈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가슴에 새겨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아주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지는 않았지만(아동 대상이니 당연한 노릇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아프리카 각 나라의 이야기들이 참 유익하고 재미났다. 그나마 이름을 자주 들었던 나라의 이야기가 나오면 얼씨구나 반가웠지만 내가 아는 건 딱 나라 이름뿐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아프리카 대륙 지도가 펼쳐진다. 나라별로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다시 맨 앞으로 책장을 넘겨 위치 확인하기를 여러 번. 그러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더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아프리카는 수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 대륙이지만 지도를 잘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국경선이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반듯한 곳이 참 많다. 이게 다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의 짓(?)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그 책은 아마도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인 듯하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식민지 시절의 아픈 상처가 참 많은 곳인데 유일하게 식민지가 되지 않았던 곳이 에디오피아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프리카의 옛이야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일러스트 작가 레이첼 그리핀이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직접 모은 천과 단추, 장식물로 꾸민 일러스트는 색감이나 문양들에서 절로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야기마다 거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도 좋았지만 면지의 문양들이 참 인상깊었다. 이야기에서도 소개된 아난세(가나 편)의 형상을 본뜬 문양이었는데 아난세는 커다란 배를 가진 거미인데 아프리카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최근 얼마 전부터 아시아 주변국이나 아프리카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어서 골라본 책이었는데 동화책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인 내가 봐도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누군가는 글로벌시민이란 막대한 자본력을 갖추고 가난한 나라를 손에 쥐고 흔드는 사람으로 착각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진정한 글로벌이 되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 또 그들의 전통과 풍습을 이해하려는 태도에 기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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