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Volume 1, No. 1 - Summer 2006, 창간호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한창 일본소설에 빠져있던 몇 달 전과 달리 좀더 다양한 나라의 소설에 목말라있던 차 계간지 ASIA를 만나게 되었다. 벌써 18호라니 이미 5년차에 접어든 이 계간지를 왜 여태 몰랐을까 안타깝기만 했다. 사실 이번 호가 인도네시아 특집이라서 끌렸다면 거짓말이다. 영어로 출판되기는 했지만  <들려요? 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작가인 베벌리 나이두 지음)나 <연을 쫓는 아이>(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를 읽은 적이 있는 나는 이른바 3세계 문학에 대한 궁금증이 자못 커져버렸기에 아시아권 문학을 다룬 이 계간지에 호기심을 느꼈던 것이다.

 

얼마 전 이주노동자 문제를 코미디적 요소와 버무려 만든 영화 <방가?방가!>를 매우 인상깊게 봤는데 이번 호의 권두언 <프랑스축구와 디아스포라의 미래>에서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 첫 장부터 이 잡지에 관심을 듬뿍 담아 읽을 수 있었다. 부끄러운 대목이지만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가 지난 해 기준 8천명이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더는 못본 척, 모르는 척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이 나라의 현실이 되었는데 아직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한 충분한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호에 실린 인도네시아의 단편소설 세 편 <미넴이 아이를 낳았다>, <요강>, <신발과 구더기>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특질에 대해 미미하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세 편 모두 내가 그동안 접해왔던 단편소설과는 달리, 단편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짧아 콩트라 해야 어울릴 정도로 매우 짧았다. 내용 또한 이렇다할 긴장구조가 없었는데 여기에는 싱겁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법하다. 나중에 잡지 중간 쯤에 실린 부디 다르마의 에세이 <내용 없는 형식>에서 내가 이렇게 느꼈던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p. 245 인도네시아의 단편소설에는 갈등이 없으며, 혹간 갈등이 있는 경우라도 그것은 실제로 아주 미약한 것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의 근본적인 가치 중 하나가 기본적으로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과거 수하르토 독재정권 아래에서 모든 갈등은 침묵되었고, 일상생활 속에 수많은 갈등이 존재함에도 겉으로는 갈등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진 오늘날에도 이러한 특징은 여전하다고 한다. 비록 독재정권은 무너졌으나 수많은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탓에 여전히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등장인물의 대다수는 평면적이고 갈등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문단의 대표 여성작가로 불리는 엔하 디니를 자세히 다룬 부분은 독자인 나 자신이 여성이라서 더 유심히 읽었던 대목이다. 엔하 디니의 단편소설 <살리 아줌마네 식당>도 앞서 단편소설들에서 느꼈던 것처럼 특별힌 갈등구조가 없었지만 차분하고 잔잔하게 읽혔다. 하지만 여성작가의 소설답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성의 지위를 부드러운 방식으로 확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특집으로 다룬 인도네시아의 문학 외에도 우리나라 작가 김숨의 단편소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이나 시인 신달자, 김일영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쿠르드족 시인 카잘 아마드가 지은 독립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이라크의 한 귀퉁이에서 자치구를 형성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표현한 시를 읽고 우리 모두는 조금 더 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새삼 깨달았다.

 

잘 읽히지 않았던 글은 연필로 줄까지 쳐가며 읽었던 계간 <아시아>. 아주 오랜만에 접하게 된 계간지여서 한창 계간지를 읽던 대학생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여기 실린 모든 글들이 영어로도 실려 있어서 두께에 비해 읽을 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그동안 내가 잘 몰랐던, 또는 우리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거나 번역되지 않았던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계간지를 정기구독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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