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습니까?



가끔씩은 내 안에 있는 악을 조절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악은 드러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일 뿐, 그리고 가능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타고 있는 버스에 누군가가 타려다가 이를 놓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내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간발의 차로 타게 되었을 때.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옆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너무 벌려서, 혹은 앞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쭉 내밀어서 불편할 때.
시도때도 없이 울고 있는 옆집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을 때.



사람이 본능적으로 선을 타고 났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을 행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나름대로 너무 재미없고 불쌍한 인생일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제로 선을 선택하게 된다면?



자신의 의지로 하는 악, 강제로 행하게 되는 선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신의 피조물에 가까운 것인지.



주인공 알렉스는 미성년자인 자신의 신분을 활용하여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비행 청소년’이다. 물론 그 수위가 깜찍하게 넘어갈 수 있는 장난의 정도는 아니지만. 알렉스는 자신의 친구들(패거리)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상점을 털거나 지나가는 행인을 구타한다. 그야말로 폭력, 강도, 강간이 난무한다.



특이한 점은 알렉스가 음악을, 그것도 클래식을 즐긴다는 것인데 눈을 감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감상하면서 폭력에 심취한다. 예술이 그에게는 폭력의 마무리이자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알렉스가 감옥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고 강제적으로 착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그는 폭력을 상상하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그는 청춘이란 가버려야만 해! 라고 소리친다.



청춘이란 가버려야만 해!



시계태엽을 감은 인형처럼 앞으로 전진만 할 수 있었던 시기.


그러나 그만큼 맹목적일 수가 있었던 시기는 인생에서 흔치 않다.


노인이 된 알렉스는 청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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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4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패러디로 누군가가 이 작품 후속작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노인이 된 알렉스를 주인공으로요. ^^

방랑 2016-05-24 20:30   좋아요 1 | URL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알렉스가 평범한 삶을 꾸린 후 뭐라고 말할 지. 결말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세뇌가 풀린 상태에서 끝나도 괜찮았을 것 같기도.

초딩 2016-05-2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음 아 음 :-) 뭔가 신선할 것 같아서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