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간이 천재적인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광기와 비극.
이 책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쓴 소설로 극중에서는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종종 뛰어난 사람은 어려서부터 그 자질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모차르트가 그러하듯이 예술적 재능의 발현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어떤 강제적인 교육도 받지 않고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천재는 재능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된다. 전혀 연습을 하지 않은 것처럼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은 천재구나, 따라갈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천재는 특히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천재를 `똑똑하다, 부럽다` 정도로 느낀다면, 음악이나 미술 혹은 문학 등의 예술 분야의 천재는 `신비하다, 환상적이다`라는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는 흔히 예술적인 천재들은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평범한 삶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흐는 자살하지 않았으며, 베토벤은 귀가 멀지 않았고, 성격이 온화하고 차분했으며 다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 이야기는 그 예술가들에게 우리가 가진 `환상`을 깨지게 만든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천재성이 사그라지는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그 예술 작품이 더 가치가 있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그들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구나, 역시 평범한 삶은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지. 어쩌면 이것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과 천재를 가르기 위한 우리만의 `위안`이다. 우리는 그들처럼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면 우리와 그들 사이에는 광기와 비극이라는 `벽`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의 광기어린 삶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작품에서 등장하곤 한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 <광화사>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살인쯤은 용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함께 읽어봐도 좋다. 덧붙이자면 달과 6펜스의 마지막 부분은 사족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90페이지 정도는 없어도 깔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작가는 타히티에서의 스트릭랜드(폴 고갱)를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굳이 없어도 우리는 예술가로서 고갱을 알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