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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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인정받는 일본작가는 크게 두부류가 있다. 하나는 이른바 '일본적 정서'를 문맥에 심을줄 아는 작가(가와바타)이고, 다른 하나는 서구의 문학적 전통에 크나큰 젖줄을 대는 작가(아베)이다. 다시 읽어도 섹시한 작품이나 카뮈와 카프카의 영향이 너무 짙어서, 이들의 짜깁기이자 번안버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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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11-29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가라타니 고진은 아베 코보의 소설을 가리켜서 상징과 서사가 너무 단순하다는 식으로 혹평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의견에 일정 정도는 동의한다.
물론 ‘모래의 여자‘에서 모래는 상징하는 의미가 여러 모로 풍부하고 다층적이다. 모래 속에서의 기약없는 노역을 통해서 주인공 남자는 안(여자의 집)과 밖(좁게는 부락 마을에서, 넓게는 이 세계)의 구분이란 사실상 인식의 차이이자 시각적 환상에 불과할 뿐이며, 도리어 희망 없는 속박 상태에서 인간은 자유와 의지를 찾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역설을 도출해내기에 이른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내용 아닌가?
범박하게 말해서 이 작품의 주제는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카프카의 ˝성˝과 같은 작품에 상당부분 빚지고 있다. 물론 나는 이러한 빚짐을 무작정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둘의 문학적 상징/서사/사상을 심화하고 재창조하려는 경지에 도달했어야지, 꿰매 붙인 재봉선(!)이 잘 보일 정도의 번안 버전에서 작품이 멈추어선 안 되었다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말했던 단순함이란, 바꾸어 말해서 솜씨가 충실치는 않은 모방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2017-11-30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1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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