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없는 불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5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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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두근두근 내인생" 정도의 작품들이 '뜨는' 나라에서 이작품은 희귀종이다. 한트케는 세상의 엄마들이 겪는 학대와 광증에 대해서, 이곳의 아이들이 겪는 성장의 통증과 경이에 대해서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혈친에 대해서 이만한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는 소설은 흔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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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10-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이 여성을 다루는 소설들 중에서 상당한 수준의 깊이를 확보하는 경우, 그러니까 ‘진실하고도 리얼하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여러 남성 작가들은 여성을 육체적 찬미의 대상(김훈)으로, 사회 질서를 저해하는 나쁜 X들(이문열)로 서술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한트케는 ‘소망 없는 불행‘에서 한 여자의 일생 그 자체를 통시적으로 서술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한 여자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태어나고, 낮은 교육을 받고, 몇몇 남자들과 동거하고, 그 중에서 변변치 않은 남자와 결혼하고, 몇 명의 아이를 낳거나 유산하고, 먹고 살고자 고된 노동을 하고, 남편에게 몇 차례 구타를 당하고, 그러면서도 가정을 끝내 유지하고, 아이 기르는 기쁨을 맛보고, 신이나 초월에 대한 환상을 버려나가고, 몸이 조금씩 망가지고, 성장한 자식들과 소원해지고, 늦게나마 문학에 눈 떠서 글쓰기를 시도하고, 노년에 들어서 우울과 광증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그야말로 한 여성의 일생에 나타나는 모든 희로애락을 한트케는 빠짐 없이, 냉정 섬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치밀함과 절제심이 바로 이 작품의 근간이자,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