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수기 - 세상 끝에 선 남자 아시아 문학선 5
주톈원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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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성과 혼탁한 인용이 나란히 병존하는 소설이다. 동성애자인 주인공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해부하는 서술은 가히 일품인데, 푸코나 레비나스에 대한 무분별한 인용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많은 공을 들인 수작임에는 분명하나 무차별적 인용과 진부한 결말이 그 공로를 깎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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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3-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미시마 유시오를 연상케 할 만큼 탐미적이고 유려한 문장은 오래오래 내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다만 문장에 쏟을 공력을 다른 부분, 이를테면 소설의 결말을 지금과는 다르게 변형하는 데 쏟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주인공이 자신의 동성애인인 아야오를 (대만도 아닌) 인도의 (아마 갠지스로 추정되는) 어느 강에서 장사 지내는 부분은 솔직히 진부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런 광경이 감동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내 눈에는 작가의 의도적/집착적(!) 꾸밈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꾸밈(인도라는 종교적 공간에서 애인의 장례 치르기)은 감동을 전달하기보다는 도리어 작가가 진부한 클리셰를 구사하고 있다는 인상만 주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