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 위에 살찐 여섯 마리의 꿩을 늘어놓고 검은색과 불그스름한 갈색 무늬의 깃털을 뽑았다. 깃털은 눈가루와 함께 바람에 흐트러져서 무거운 꼬리 깃털만 발치에 남았다. 깃털 아래의 꿩의 살은 차가워져서 딱딱하고 그 위에 탄력 있는 충실한 저항감을 갖추고 있다. 깃털 사이의 솜 같은 잔털에는 투명하고 예쁘장한 이가 잔뜩 붙어 있어서 그 꿩들은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폐 속으로 이가 붙어 있는 잔털이 빨려 들어갈까 봐 두려워서 콧구멍만으로 약한 호흡을 하면서 추위에 곱아들기 시작한 손가락으로 깃털을 계속해서 뽑았다. 문자 그대로 '닭살이 돋아 있는' 버터 같은 색깔의 얇은 피부가 갑자기 맥없이 찢어지더니, 그 아래에 있는 것에 닿은 손가락 끝에 기분 나쁜 감촉이 전해져 온다. 찢어진 피부가 순식간에 균열을 확대시켜 검붉게 상처 입은 살이 나타났는데, 온통 핏멍울과 납으로 된 산탄투성이다. 완전히 벗겨진 몸에서 남아 있는 털을 뽑아내고, 모가지를 비틀어 떼어내기 위해 목을 빙글빙글 돌려 힘을 준다. 목은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잘려 나갈 것 같은데, 그렇게 힘을 조금 더 가하는 것을 내 안에서 거부하는 무언가가 있다. 잡고 있던 대가리를 놓자 비틀려 있던 목은 마치 강한 용수철처럼 힘좋게 제자리로 돌아와, 주둥이가 내 손등을 날카롭게 찔렀다. 그래서 나는 꿩의 머리를 독립적인 하나의 물체로서 처음 발견하고 그 머리가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환기시키는 것에 주의를 집중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이야기 소리와 갑작스런 높은 웃음소리가 뒤뜰 우물가와 뽕밭을 갈라놓는 산 중턱의 눈 속에 흡수되어버리자, 새로 내리면서 나의 귓불에 닿는 눈이 눈송이끼리 서로 부집치는 소리가 아닐까 싶을 만큼 미세하게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 "만엔원년의 풋볼", 웅진지식하우스, 288~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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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가 집요한 외국 작가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이언 매큐언과 오에 겐자부로다. 이 중에서 '잔혹'이라는 성격까지 더한다면 아마 오에 겐자부로가 갑일 것이다.
내가 읽어본 오에 초기 소설('사육', '죽은 자의 사치', "절규", "개인적인 체험", "만엔원년의 풋볼")의 묘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하고 화려하면서도, 단순히 이미지즘에 그치지 않고 서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만엔원년의 풋볼"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버릴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