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06
이이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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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빚는 솜씨와 탁월한 감각, (이성복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강한 개성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시편들 속에서 보았던 것은, 폐쇄적 독아론獨我論과 이미지에 대한 지나친 탐심이다. 그의 시에서 현실은 사실상 신기루가 되며, 오직 팽배한 주관만이 감각의 휘장을 걸친 채 고독의 정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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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1-08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100자평 세계의 도스토옙스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어가 지나치게 아스트랄하면 자폐적 언어'가 되는 법이죠.
혼자만 좋아하면 그건 자위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4-01-08 05:33   좋아요 0 | URL
넵 맞습니다. 차라리 자폐의 극단(외젠 이오네스코의 소설인 "외로운 남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으로 가려는 처절한 몸짓이 있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이 시인이 보여주는 (고독감과 무력감과 상실감이 넘치는) 언어는 철저히 훈련되고, 학습된 것입니다. 이것이 몇몇 문청들과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듯한데, 제 생각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언어를 끌어내기 보다는, 훈련된 감각과 연마된 테크닉에 의존해 시를 창작하는 듯한 태도가 영 아쉽더군요.
사실 젊은 시인의 첫 시집치고 훌륭했습니다. 언어를 부리는 솜씨가 대단하고, 시적인 감각도 돋보였으니까요. 하지맙 고독을 말해도 그것이 어딘지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고통을 외쳐도 그것이 그럴듯한 포즈로 보이니, 읽다가 좀 허망했습니다ㅜㅜ 그런데 독자들 반응은 뜨겁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8 12:59   좋아요 0 | URL
이이체 님이 제 블로그 이웃이어서 가끔 오시기도 했는데 제가 항상 생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뭐라 그럴까요.. 음. 그러니깐...
엄친딸로 평생 살았던 이하늬'가 아주 빈곤한 여성 연기를 멋들어지게 할 때 느끼는 언발런스라고 ㅎㄹㄲ 할까요 ? 그런 게 느껴지더군요.
요즘은 교수들이 세를 확보하기 위해서 문청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더군요.
마치 고등학교가 졸업생 40명 서울대 입학' 따위의 플랑카드를 거는 것처럼
위세를 위해 가르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러니 신문은 다 각자 다른데
시를 보면 거의 다 비슷해요.

수다맨 2014-01-08 13:14   좋아요 0 | URL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저는 요즘 여자 아이돌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겠더군요. 저는 소녀시대나 카라나 걸즈데이나 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더군요.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여자 아이돌들 얼굴을 구분 못할 정도였습니다 ㅎㅎ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자 아이돌들 성형수술하는 병원이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모두의 얼굴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엄친딸이 빈곤한 연기를 멋지게 할 때 느끼는 언밸런스, 적실한 비유입니다. 차라리 조금 더 정직한(진부하게 보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언어로 시인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시들이 다 비슷비슷해진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라는 장르가 완고한 아카데믹에 결박되어 있다는, 불행한 징후로 보입니다. 이제는 시도 공장의 공산품처럼 만들어지는 시기가 온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