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하성란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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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단편을 읽으면 그 섬세한 관찰력과 탁발한 묘사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예민해 보이는 작가는 먼지 하나, 보풀 하나까지 온 신경을 기울여 명징하게 그려낸다. 헌데 오로지 묘사만으로도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기는지 서사가 성글고 서술의 힘이 부실한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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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성란을 단편을 무척 잘씁니다. 하지만 수다님도 마찬가지고 저도 마찬가지고, 어떤 간절함이 없으면 수상하게 여기잖아요. 전 하성란이 글 쓰는 기교만 가지고 보았을 때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의심이 들고는 했습니다.

하성란은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쓰게 되면 죽이 되는 스타일입니다
둘의 간극이 너무 커서 놀라고는 했죠....

수다맨 2013-11-20 15:05   좋아요 0 | URL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성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문장을 조율하고 대상을 그려내는 솜씨에 감탄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심드렁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이 작가는 부분적 관찰력은 뛰어나도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은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장편으로 나아가지는 못할 거라는 우려가 생기더라구요.

기교로 보면 하성란의 솜씨는 곰곰발님 말씀처럼 뛰어나죠. 하지만 이 작가가 어떤 절실한 울림을 작품에서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듯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늘날 작가들이 기교에 탐닉해 소설을 쓴다는 혐의를 갖고 있어서요. 요즘은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들이 몹시 그리워지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07:38   좋아요 0 | URL
손창섭이나 권정생 같은 분, 뭐...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마루야마 겐지가 이번에 마루야마 겐지 문학상'을 만들었더라고요. 상금은 쥐뿔만하고... 심사위원은 혼자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연기가 된다고 하네요... 아마 화가 나서 그럴 겁니다. 사실 일본문단은 하루키가 망쳤잖아요. 하루키가 점령하면서 남성작가 문장이 점점 징징거렸습니다. 화가 잔뜩 나신 듯...ㅋㅋㅋㅋㅋㅋ

전 김연수처럼 징징거리는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카스테라 맛이지만... 문장이라는 게 꼭 유려핟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잔습니까.

조용한 목소리와 부드러움만으로도 힘을 발휘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권정생처럼 말이죠. 몽실언니 읽다가 정말 감동해서 꽤 오래 멍하니 있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ㅎㅎ

사실 전 추리소설 위주로 읽어서 순문학을 잘 모릅니다. 문단이 스스로를 순문학이라고 정한 그 꼴도 보기 싫고...ㅎㅎㅎㅎㅎ. 지들이 하면 순문학이고 남이 하면 경계문학이라니.. 이런 게 어디있습니까..

수다맨 2013-11-21 11:1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김연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날 한국 문단은 하루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루키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은 작가들(김연수, 이장욱, 김영하, 윤대녕, 남진우 등)이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 문장의 여성화化(곰곰발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징징거리는 문장)는 피할 수 없는 방향처럼 보입니다 ㅎㅎㅎ

노자의 도덕경을 보면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큰 기교는 오히려 졸렬하게 보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권정생 선생님 글이 이러한 대교약졸이라는 뜻과 가장 잘 부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몽실언니'나 '우리들의 하느님' 같은 글들을 보면 뭐랄까, 일단은 참 심심하게 느껴져요. 수사나 표현에 신경을 쓴 흔적도 잘 안 보이고, 오히려 붓 가는 대로 부드럽게 썼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나중에 다 읽으면 감동이 밀려들면서 아, 이게 진짜 고수의 글이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더라구요.

사실 (저 역시 어쩌다 순문학을 많이 읽고는 하지만) 문학에 어떠한 경계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제일 한심하고 머저리 같은 짓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가슴을 쥐고 흔들면서 먹먹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 글이 좋은 글이지요 ㅎㅎㅎ 그 이상의 설명이나 해석도 불필요하구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1 12:07   좋아요 0 | URL
권정생 글은 무교가 기교'라는 말을 실감하게 합니다.
힙합정신으로 말하자면 라임에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각운을 맞추면
플로우가 죽게 되어 있어요.

좋은 랩은 라임과 플로우가 황금비율을 타야 하거든요...
기교에 신경 쓰면 망치가 된다는 겁니다.

전 남진우 시를 읽다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이건 뭐 도대체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하고....
보면 뭐 계롱산에서 70년 도 닦은 양반 같아요.

관념적 공허만 잔뜩 껴서 이게 시인지 뭔지 모를 지경이 이르렸습니다.
이 사람을 지원하는 평론가 사단을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교수하면 그냥 교수만 해야 합니다. 뭔 놈의 시인도 되었다고 신춘문예 심사도 했다가.....

수다맨 2013-11-21 12:34   좋아요 0 | URL
남진우 시인이야 뭐... 저는 옛날부터 안 좋아했고 지금은 더 안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뭐랄까, 외부적으로 비치는 이 사람의 면모는 굉장히 권력지향적인데, 시에서는 스스로 도인처럼 행세하니 참 우스워요. 하지만 이 양반이 교수이자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있는 한, 평론가 집단이 이 사람을 치기란 아마도 어려울 듯싶습니다. 이 사람을 치는 그 순간, 문학동네와는 절연해야 한다는 위기를 각오해야 할 테니까요(실제 남진우 시인의 평론을 공격했다가 아웃사이더가 된 분도 몇 명 있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조금 더 지나야겠지요... 그도 아니면 정말로 용맹한 아웃사이더들이 나오기를 기대해야겠지요 ㅎㅎㅎ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필요가 있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