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예술 -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심보선 지음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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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려한 문장으로 뻔한 얘기를 쓰면, 뻔한 얘기가 특별한 내용으로 바뀌나? 저자의 문장이 정치하면서도 유려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동안의 문학에서 익히 담보했던 것 아닌가. 문학이 거리의 약자와 외면받는 이들 속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 이 뻔한 내용을 쓰려고 이 많은 지면을 소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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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1-1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수다맨 님의 100자평'은 날카롭습니다. 100자평을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하셨습니다.
심보선, 좀 과대평가 받는 시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다맨 2013-11-19 14:21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심보선이 과대평가받는 시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쁜 글은 아니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저자의 문장력이나 감수성이 참 섬세한 구석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문장이 섬세하다는 것만으로-소소한 에세이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한 권의 책이 뛰어난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심보선 시인은 자신이 마치 새로운 예술론을 쓰는 것처럼, 가진 것처럼 말하면서 과거의 미학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심보선 시인은 과거의 문학적 전통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예술론(망가지고 박탈된 현대인들을 다루는 예술이 있어야 한다) 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런 빈곤한 인식을 가리기 위해 미려한 문장들이 동원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구요.
차라리 이런 장문의 글을 읽을 바에야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짤막한 산문을 읽는 것이 월씬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1-20 12:58   좋아요 0 | URL
저는 글을 읽지만 글을 믿지는 않습니다.
글 만큼 사람을 속이기 쉬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이런 글 다 쓰죠. 종종

시인이면서 문창가 교수이면서 신춘문예 심사위원도 겸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남진우, 권혁웅, 정끝별... 전 이런 시인의 시가 솔직히 시 같지가 않아요.
그저 교수 레벨 따기 위해서 시인일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나 할까요 ?
시가 신념이 되지 못하고 살롱에서 말장난하기 좋은 바이브레이터가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다맨 2013-11-20 15:19   좋아요 0 | URL
아,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들의 시에 불필요한 기름기가 낀지 오래라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는 이러한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무게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오늘날 문창과 학생들이 이들의 시를 중요한 교제처럼 읽고 있다는 것입니다(고백하자면 저 역시 한때는 문창과 학생이었습니다). 이 같은 살롱의 시들이 뛰어난 고전처럼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이것이 오늘날 독서 시장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이러한 구조가 반복/재생산되면서 관념의 곡예를 보여주는 시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생(生)체험을 간직한 시들보다 더 혁명적이고 우월하다는 관념도 은연중에 유포되는 것이 현실인 듯합니다.

ㅎㅎㅎ 2013-11-30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텍스트를 읽는 것도 능력이지요. 일베와 같은 흔한 자칭우파들은 모든 좌파지식인들의 책에서 '가난한 자들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하는 감성팔이'만을 읽어내지요. 근데 아실겁니다. 책에 대한 판단은 그렇게 간단하게 닫힐 수 없다는 것을요. 세인들 사이에서 후진 책이라고 정평난 것에서 후진 것만을 읽어내는 것도 무능력이지만, 더 심한 무능력은 고귀한 가치평가를 받는 책에서 그 세인들조차도 인정하는 고귀함조차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겠죠.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자는 심보선 시인의 말은 그 말만 보면 너무나 나이브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베버와의 대결, 랑시에르의 인용, 하이데거와의 대결, 심지어 현대문학비평계를 거의 휘어잡고 있는 신형철에 대한 그의 비판은 그가 지향하고자 하는 예술과 삶의 일치가 어떤 독특한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알게합니다. 신형철 또한 삶과 예술의 일치를 지향하는 자입니다. 어떤 것과 대결하냐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것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그 대결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 혹은 방법이 무엇이냐이겠죠. 신형철이 추천하는 것과 같이 천재형 문인들만이 여전히 한국문학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 그 천재가 되기 위해 초월적 평면만을 갈구하고 있는 많은 대중들이 존재하고 잇는 현재에, 그리고 그렇게 소수의 천재 뒤에 가려진 수많은 문인과 더불어 그것보다 더 취급도 못받는 대중들이 존재하고 있는 현재에, 심보선은 단순한 예술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예술론을 통해서 각각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발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마지막 문장만을 보면 다시 나이브한 결론이죠.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김현은 천재들의 문학작품을 독자들로 하여금 읽게함으로써 삶을 바꾸게 하려고 했지만, 심보선은 항상 이미 대중들이 써내고 있는 작품들을 발굴하고 드러냄으로써 각각의 대중들의 삶을 바꾸게 하려고 하죠. 스승-도제와 같은 도식이 아니라 이미 대중들은 예술가로서의 삶을 창안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논의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습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보이는 대가들에 대한 짧지만 굵은 비판은 일종의 백미이기도 하구요. 새벽에 갑자기 너무 길게 쓰게됐네요ㅎ 맥락을 알고 보시면 더욱 재밌을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산문집을 통해서 심보선 시인을 더욱 좋아하게 됐고 동시에 더욱 인정하게 됐습니다.

수다맨 2013-11-30 11:32   좋아요 0 | URL
저기요, 요지는 이 책이 나한테 별다른 심미적 전율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천재형 예술가를 옹호하는 경향을 비판한다던가, 신형철과 같은 문단권력의 비합리성을 논파한다던가 하는 역할의, 이미 다른 비평가들(조영일, 이명원, 최강민 등)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심보선보다 더 일찍, 더 강하게 수행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설사 님의 말이 옳다하더라도 저한테 일베니 어쩌니 하는 말들은 들먹이지 마세요. 내가 바본줄 압니까? 나는 심보선 시인이 말하는 것도 뻔할 뿐더러, 그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한 다른 비평가의 글보다 심보선의 작업이 새롭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그저 조야하게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지금 밖에 있어서 긴 말은 못하지만 요점은 이겁니다. 이 글을 읽고 심보선을 좋아하게 됐으면 님이야말로 문학이라는 것을, 그것의 의미 작용이라는 것을 너무 순진하게 보셨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정도 원론에 열광하시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2 19: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자기가 좋은데 남이 싫어한다고 하니 중뿔났구랴 ?
꼭 박근혜 같으이, 내 말 안들으면 다 종북이라 그래.. 뭐, 그런 건가...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이 심보선을 좋아하건 아니건 그건 당신의 문제이고.. 수다맨 님이 자기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단순하게 고백한 걸 가지고 웬 지랄을 하십니까.
대형 출판사 끼고 떡고물 받는 비평가에 대한 비판은 이미 그 전 세대들이 주구장창 주장했던 것이고, 심보선 시인 또한 그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좋은 의견 제시입니다. 전 심보선이 좋지고 않고 나쁘지도 않지만 그래도 굳이 선택한다면 좋은 쪽에 손을 들지만 당신처럼 일베 지랄하며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습니다. 천박하게스리.. 꼭 시발.. 이런 댓글 다는 새끼들은 꼭 비로그인이에요.. 병신처럼...

그냥 니 아이디 까고 당당하게 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