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문열의 마지막 걸작이라고 부를만한 작품! 세상은 인민의 힘으로 바뀐다는 것이 황석영과 같은 진보적 문학가들의 주장이라면 이문열은 대다수의 인간은 권세가의 위력에 굴복할 뿐이며 드높은(!) 개혁가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들의 고두叩頭와 순종은 변치않는다는 것을 참으로 능갈맞게 형상화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다맨 2020-07-2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나 지금이나 이문열은 보수와 반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작가였고 그의 근작들은 줄꾼의 무능과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작품을 다시금 일독하면 (누군가의 눈에는 반동이라고 부를 법한) 그의 주제의식이 묘하게 흥미성과 신빙성을 갖게 된다. 이문열의 눈에는 권세가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그에게 복종하는 사람들도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이들의 질서가 변하는 시간은 ‘다수의 봉기‘(진보파)가 아니라 종래의 권세가보다 ‘더 힘과 개념을 갖춘 능력자가 도래‘하는 때이다. 부언하면 엄석대의 몰락은 같은 반 급우들의 저항(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 같은 소설은 철저히 이 입장에 있다)이 아니라 새로 바뀐 담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엄석대에게 충성을 바쳤던 급우들은 화자의 말마따나 ‘교활하고도 비열한 변절자‘로 변해서 기존의 권세가를 비난하고 새로 온 능력자를 환영한다.
허무주의와 혐오주의의 냄새가 짙은 소설임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시의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특정 업계나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문열의 주제의식과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