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사성은 있으나 자기색과 자기모색이 안 보인다. 젊은 작가들이 최근 문단에서 유행을 타고 각광받는 주제들(페미니즘, 퀴어, 비혼, 이주, 비정규 등)만 전략적으로 골라써서 문학성을 획득하려는 인상마저 든다. 신진의 미덕이라면 이단과 도발인데 그런 것들은 드물고 안정성과 전형성만 살아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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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툽 2020-04-25 1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지금 읽은 작가들만 봐선 많이 실망스러워요. 한국 문학의 가족 사랑은 끝이 없어서 엄마 형제자매 이모, 이제 고모까지 나오네요. 장류진은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도 대체 왜 베스트셀러일까 싶었고 이번 <연수>도 특정 여성들이 좋아할 법한 소설이라고 생각해 찜찜했습니다. 장희원은 신인의 패기가 안 보여 전혀 기대가 안 됩니다

수다맨 2020-04-25 14:05   좋아요 2 | URL
신진 작가들의 온갖 어려움(출판사 구하기, 원고 게재, 인정 받기, 이름 알리기 등등)을 십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자기만의 개성적인 주제를 서사화, 인물화하려는 공력이 저에게는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현재 문단에서 유행하는 특정 주제 및 서사에 경도되거나 편입되어 선배들과 독자들에게 ‘함부로 찍히지‘ 않고 ‘손해 없이 안전하게‘ 작품성을 획득하려는 어떤 저의가 있는 것도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사실 신인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작금의 문단 구조나 독자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때가 왔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이 수상집의 문제점을 꼽자면 시류 편승과 자가복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창작 주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정(문단)하고 소비(독자층)하는 집단에게도 있다고 보거든요.

야툽 2020-04-25 15: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은 여성 독자들이 주류라 많이 아쉬워요...남성 독자들이 늘어야 다른 서사들이 생길 텐데 정작 지금 이름 날리는 남성 작가들이 또 퀴어에 매달리니까. 제작년 젊은작가상 작품 중에 임성순 작가의 소설이 굉장히 충격이었거든요. 한국 순수문학은 서사성의 참신함이 없다는 저의 편견을 단숨에 깬 글이었죠. 그런 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독자분들도 다른 소재에 눈독을 들였으면 하고. 신선한 글에 목마른 독자들도 많다는 사실을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지금 한국문학에 만족하신다는 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영화와 달리 이건, 소설이잖아요! 작가의 지분이 99프로인데 말이죠.

수다맨 2020-04-26 12:01   좋아요 1 | URL
임성순 소설가는 단편보다는 주로 장편 창작에 몰두하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이라는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절반 정도만이 잡지에 발표한 작품이었고 나머지는 미발표작이더군요. 결국 단편 청탁이 없거나 드문 형편이기에 장편 창작에 공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서사의 참신도나 확장성에 대한 노력이 (단편 위주로 발표하는 작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위에서도 썼듯이 문단 구조와 독자층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결국 이 풍토를 바꿀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는 창작 주체들이 쥐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1960년대 일본 전공투는 ‘연대를 구하되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적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이를 반대로 비틀어서 ‘고립을 구하되 연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농담조로 즐겨서 쓰고는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재 한국 문단의 창작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슬로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 선배들의 인정을, 독자들의 애정을 얻는 데 주력할 게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노력을 극한대로 펼칠 수 있는 미지未知의 광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야툽 2020-05-18 18: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제 답글 달아드려 죄송합니다..ㅎ. 작품집 마저 읽고 후회막심한 상태로 카페에서 나오는 길입니다. 당분간 최은영과 장류진 작가에 대한 관심은 없을 것 같아요. 강화길 작가는 자기 스타일이 확고해 2년 전부터 그분 소설집은 잘 읽고 있는데, 김봉곤은 출판사에서 왜 내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문학동네 편집자로 일하기 때문 아닐까요...? 다른 분들은 할말하않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임성순 작가는 장편에 힘과 정신을 쏟고 있는데 단편소설에도 많이 신경써주셨으면 해요. 장르문학을 허섭스레기 취급한다면 순수문학에서라도 재밌는 작가를 발굴하는 헌신을 문단이 보여줬으면 합니다. 언제까지 김영하, 박민규, 김중혁한테 매달릴 건 아니잖아요. 임성순도 젊은 나이는 아닌지라...암튼 임성순 단편집 사러 들어왔다가 답장 드리고 갑니다. 자주 소통했으면 해요:)

수다맨 2020-05-19 14:47   좋아요 3 | URL
죄송하실 이유 전혀 없습니다^^;;;;
단편은 문예지 청탁이 오지 않는다면 신경 쓰기가 좀 어렵지요. 제가 알기로는 투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문예지에 게재될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설령 실어준다고 하더라도 잡지 편집위원들이 선차적으로 선정한 작품들을 먼저 실어야하기 때문에 게재일은 후순위로 늦추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김탁환과 임성순, 도선우와 주원규 같은 작가들이 장편 창작에 매진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릴지도 모르는 단편에 공들이느니 (조금이라도) 장편소설로 반응을 얻었으면 차라리 이 길을 꾸준히 걷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구요. 물론 이들이 그만큼 완성도 높은 장편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사실 단편소설을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단편 정도로 문단의 주목과 각광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인 듯합니다. 오정희나 레이먼드 카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저는 한 작가의 진정한 역량과 세계 인식을 알려면 그의 장편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