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 2020년 제65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백수린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대상작에 대해서만 말해보자면 나는 이 작품이 오정희의 단편인 ˝옛우물˝의 오마주처럼 읽힌다. 작중에 서 붉은집이 헐리는 과정은 꿈과 희망의 상실이자 불가해한 매혹의 발견을 뜻하면서도 (남성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여성 내면의 고통과 비의祕儀를 반추하게 하는 문학적 장치로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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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3-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희의 ˝옛 우물˝에서 우물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곳은 순산을 기원하는 ‘정화수 한 사발‘의 근원이 되는 자리이자, 실체가 확인된 적은 없으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황금잉어로 변한 비녀‘가 있다는 장소이며, 화자의 어릴 적 친구인 정옥이 두레박을 건져 올리려다가 빠져죽은 사지死地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물은 여성의 출산과 생명의 탄생, 집안일家事의 고됨과 신비로운 환상성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작중에서 우물이 남자들의 손에 파괴되는 광경은 (여러 층위에서 해석될 수가 있겠지만) 그곳에 함축된 여성의 생명력과 육체성, 비의성과 비극성을 이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백수린의 작품에 대해서 고평하지 않는 이유는 오마주 이상의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주지 못한 데다가 붉은집의 상징성과 의미성이 (오정희의 ˝옛 우물만큼) 작중에서 충분하게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