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0
임레 케르테스 지음, 한경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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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남자는 ‘살아남은자‘의 기록을 부지런히 출판사에 투고한다. 원고반려의 과정이 이어지고, 무익한 노동의 시간은 계속되며,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동료들은 미치거나 해외로 도피한다. 좌절로만 점철된 인생을 살아내면서도, 끝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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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8-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반생(홀로코스트 체험, 잦은 해고로 인한 생활고, 거듭되는 원고 반려 등)과 전작(˝운명˝)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좌절˝은 복잡하고 난해한 글 모음 정도로 여길 수밖에 없다. 임레 케르테스는 참담과 궁핍과 좌절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유년/청년/중년 시절의 체험들이 단계적으로, 선형적으로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작중에서 주인공 쾨베시의 분신으로 보이는 인물(노인, 씨클러이, 베르크 등)들을 만들어서 이들의 고됨과 견딤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관념적인 대화나 사변적인 지문을 대거 삽입시켜서 읽는 이의 혼란감과 막막함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창작 기법을 이해는 하겠으나 독자로서 그다지 애호하지는 못한다. 어쨌거나 읽어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년 시절에 수용소에서 끔찍한 체험을 겪고, 연명을 하고자 여러 가지 직업(신문기자, 공장 노동자, 군인, 간수 등)을 전전하면서도 무능자로 취급 받으며, 필생의 역작을 썼음에도 세상으로부터 냉대와 외면만 당하는 이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