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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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느 평자에 따르면 사소설은 가정/남녀 문제에서 생기는 감정은 포착 가능하나 신분과 계급으로 인해서 생기는 감정을 잡아내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소설들은 일견 실천성과, 자기 파괴적인 정념을 지니는 듯하나 여전히 가족이나 조화와 같은 개념들에 보수적인 애착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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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9-04-10 14: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상작에 대해서만 졸견을 내놓자면 무척이나 좋은 소설이었다는 감상을 전하고 싶다. 근래에 들어서 성소수자-이성애 중심가족-운동권 문화를 교호하고 포괄하면서 이만큼 뚝심과 열정이 넘치는 작품을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극찬(만)을 하기에는 어딘가 뒷맛이 조금은 씁쓸했다.
해설자인 김건형도 지적을 했듯이 이 작품은 작가 개인의 용기만으로 ‘원한을, 사건을, 역사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랑의 위대성 강조나 ‘멜로드라마적 화해‘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궁극적인 태도는 대상과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관조적인 심정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독자로서 췌언을 하자면, 내가 보기에는 이 작가는 사회적/계급적/성적 계쟁係爭에서 분출하는 갈등과 불화를 어느 순간부터 사랑(휘발성 높은 감정)이나 관조(초극성을 지향하는 심리) 안에서 녹여버린다. 즉 사회의 모순적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긴장들은 ‘나‘라는 내면 안에서 ‘그렇게 지나갔고, 앞으로도 지나갈 일‘ 수준의 사건들로 의미가 하향 조정된다는 것이다. 해설자는 이 소설이 ‘나‘의 이야기로 우주를 넘어서려 한다며 극찬을 하지만 나로서는 여러 층위의 갈등들을 결국에는 단순적/일방적으로 봉합하고 ‘세상사란 다 그런 것이며 이제는 저 태양이나 석양에 시선을 두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목가적인 향수 안에서 작품의 의미를 고정시키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강낭콩젤리 2019-06-23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등들을 결국에는 단순적/일방적으로 봉합한다는 의견에 백번 공감합니다. 제 나름 단편이니까 어쩔수 없었던 거겠지-로 치부했던 부분을 속시원히 짚어주셨네요.

수다맨 2019-06-24 10:1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수작의 반열에 들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서가와 평단의 평가가 상찬 일변도로만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촐하게나마 몇 글자를 적어본 것 뿐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작가의 직정적인 성격(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해서 자신의 개인사를 거침없이 드러내려는 필력)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보수적인 성향(결국에는 갈등들의 내핵을 끝까지 파헤치지 않고 인간사에서는 여러 가지 쟁투는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도 엿보인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또한 저는 상술했듯이 이 작가가 급진적인 듯하면서도 결국에는 사소설의 단점(혈육의 중요성이나 가족의 조화로움 강조)에 자신을 한계 지으려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조촐한 서재에 이렇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