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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대여, 880만원을 꿈꿔라! -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현실의 반전
한경아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 형식을 빌어 쓴 자기계발서가 신선하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저자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점도 그렇고, 그런 불확실한 미래 속에 던져진 88세대의 안타깝고 절망감을 그려 낸 부분도 그렇다. 다만 해답을 찾는 방법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88세대란 80년대에 태어나 고작 80만원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20대를 말한다. 상위 5프로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95프로를 말하며,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하면서도 백수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순종하는 지극히 순진한 보통 사람들이다.
작가는 아란과 유식이라는 청춘 남여 주인공을 통해 88세대를 벗어나 880만원을 이루는 방법을 소설로 풀어낸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일자리에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나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는 창업. 그것이 대안이다. 물론 창업에도 원칙을 제시한다. 성실이 기본이고, 창의적인 사고, 정확한 시장 분석 그리고 가치창조와 어떤 일이라도 두려워 말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적인 책들을 읽다 보면 일정의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나 어린 나이나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창업을 하려면 일찍 시작하라는 것이다. 일찍 시작하면 실패해도 날릴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이유다. 또, 젊기 때문에 금방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공을 향해 다가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이십 대 끝자락에서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첫발을 내딛고 결국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 말한다. 88세대의 현실에 안주해서 불안한 안정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부속품에 불과한 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인생을 도전을 할 것인지? 선택의 몫은 독자에게 남긴다.
우리나라에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책에서 밝히듯 IMF로 인해 정리해고가 자유로워지면서부터 발생했다. 당시 정부나 재계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피차 조금 어렵더라도 참고 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조금씩 나아졌지만 비정규직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만 갔다. 정부나 재계의 말대로라면 비정규직은 줄어들었어야 맞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지금은 오히려 정규직보다도 비정규직이 더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분명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업주에게 감사하는 44세대 처럼 말이다.
그래서 작가처럼 변화하지 않는 사회보다는 나를 변화시켜 창업으로 성공을 하는 것이 해답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사회를 변화하게 만드는 힘은 어쩌면 창업이 아니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혈연, 학연, 지연이 없는 사회,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잘 하는 것을 인정받고 착취 대신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는 사회. 이런 사회가 꿈 속에만 있는 사회가 아니란 것을 우리는 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더뎌 오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