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히라마쓰 요코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지난 독서 경험을 통해 얻은 하나의 진리(?)가 있다. 바로 요리와 일본 감성의 조화는 비교불가, 완벽 그 자체라는 것. <해피해피 브레드> <빵과 스프, 고양이가 함께하기 좋은날> 같은 소설은 물론이요 <부드러운 양상추> <바나나키친> 같은 에세이, 그리고 <식탐 만세!> <따끈따끈 밥 한 공기> 같은 만화까지. 섬세하고 충만하며 온기가 담겨 있는 둘이 합쳐졌을 때 만들어내는 그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저절로 ‘행복’을 떠올리게 만든다.

덕분에 요리를 주제로 한 일본 작품이 있다면 일단 집고 보는 버릇을 갖게 된 나는 이번에도 한지 권을 덥석 펼쳐들었다.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라는 부제목부터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책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이었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는 제목 그대로 혼자서도 잘 먹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책이다. 여담이지만 매번 다른 주인공,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소설이라기엔 어딘가 부족해서 독자를 살짝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하면 으레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아니다. 식당에서 솜씨 좋고 온화한 주인들이 대접해주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문에 손을 움찔하게 만드는 레시피는 없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묘미이다. 부록으로 “혼자 가기 좋은 도쿄 식당 100곳”이 첨부되어 있는 것 역시 도쿄에 사는 사람에게, 또 도쿄를 방문할 사람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메밀국수, 우동, 수프, 도시락, 오므라이스처럼 은근한 기대감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음식부터 큰맘먹지 않으면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정말 나 자신을 위한 ‘사치’라고 할 수 있는 값비싼 제철 튀김, 프랑스 코스요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다가도 ‘헉’하고 놀라게 만들고,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며 머릿속으로 내일 갈 식당을 고르게 만들다가도 그보다 더 먼 미래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만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맛은 내가 알고 있는 그 맛”을 외치게 만들기도 하고, 부족한 상상력을 동원해 극강의 맛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 한 권이 주는 맛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이 맹렬하게 움직였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알고 있는 식당으로 넘어갔다가, 요리 레시피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미소 짓다가 배고픔으로 이어지는, 그런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책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책장을 넘기는 손은 다급했는데, 눈이 자꾸만 풀려 속도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꾸만 책을 덮고 식당으로 향하려는 몸을 다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그와 비례해서 힘들었던 책,이라면 이 책을 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에 꽂아놓고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마다 펼쳐들면 좋을, 또 (기회가 된다면) 도쿄 여행을 가기 전에 펼쳐들고 방문 목록표를 만들면 좋을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