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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 - 표현에 서툰 나를 위한 감정 심리학
이소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심리치유 프로그램 같은 것에 참여한 적이 있다. 두 달 동안 나와 다른 사람들은 매주 똑같은 장소에서 만나 선생님의 주도하에 감정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고, 각각의 감정을 느낀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최근 자신이 느낀 감정과 그러한 감정을 느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대방은 그 말에 어떠한 조언도 하지 않고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감정을 느꼈구나.”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에야 고백하건데, 사실 나는 그 시간들이 민망하고 부담스러웠다.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는 괜찮았다.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있겠다’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며 공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감정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나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라는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우울할 때도 행복할 때도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기 일쑤에다가 ‘감정을 통제하는 게 어려워요.’ ‘감정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즉 내 감정에 솔직하기는커녕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무력하게 끌려 다니는 사람이었고,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는 “나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은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숨어있는 진짜 나를 발견하고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에 대해 바로 알아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책은 각 파트별로 감정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숨어 있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이해하게하고(PART 1), 감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며(PART 2), 감정의 종류와 각각의 특징, 문제점 등에 대해 알아보고 앎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PART 3)한다.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기분 나빠’ ‘기분 좋아’ ‘이상해’ 정도로 생각하며 넘어갔던 것들, 즉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각 파트별로, 또 각각의 파트 속 소주제들 별로 집중해서 봐야 할 것들이 한 가득이지만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에서 가장 집중할 점은 이 책이 무조건 즐겁고 행복하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책은 “나쁜 감정은 없다”며 시기와 질투, 짜증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잘 다루기를 말함과 동시에 “순도 100%의 행복은 위험하다”며 행복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행복이 과해서 조증 상태에 이르렀을 때의 문제점, 즐거움의 과해서 중독 상태에 이르렀을 때의 문제점 역시 감정을 다룰 때 주의해서 보아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또 자기감정을 숨기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반대로 너무 적극적으로 표현해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화 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감정은 평생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책이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나아가 인생을 더 풍성하게 빛내줄 다양한 감정을 건강한 파트너로 삼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감정을 바로 알고 그 속에 숨겨진 이유, 즉 진짜 자신에 집중해서 주체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물론 책 한 권에 많은 것이 바뀌기는 힘든 일이다. 특히 그게 ‘감정’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 책을 교본삼아 조금씩이나마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선생님이 우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일단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부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