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있는 녀석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9
양호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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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또래를 보며 감탄했었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을 하고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멋져보였기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적극성과 능동성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몇 번 부모님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쓸데없는 짓 할 거면 공부나 해.”

 

당시에는 굉장히 기분 나빠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약 그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알바들처럼 최저임금 미달, 임금 체불, 부당해고, 성희롱 등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친 비약 같지만 이게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 책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은 그런 청소년 알바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문제들-최저임금 미달, 임금 체불, 부당해고 외에도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 미지불과 같은 문제들이 내용 전반에 걸쳐 보여 진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거창하다 못해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전혀 아니다. 사실 이 책은 17살이라는 나이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강후의 성장담에 더 가깝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이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강아지를 사주지 않자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강아지를 사겠다며 알바를 시작한 강후. 자신이 이사해서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작은 평수에 사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여자를 얕잡아보는 등 철이 없다 못해 보고 있으면 짜증나기까지 하는 존재가 바로 그다. 그런 그가 근처에서 일하는 알바생 두범, 은림, 보라와 친해지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또 알바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점점 변하게 된다. 눈에 띌 만큼 엄청난 변화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이나마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청소년 알바의 문제를 접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마지막에 강후와 친구들에게 일어난 거대한 사건을 집어넣음으로서 이 책을 그저 이야기로만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까지 한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주제의 부족함은 이야기가 채우고 이야기의 부족함은 주제가 채우는 글이다. 주제로 인한 딱딱한 느낌을 톡톡 튀는 인물과 이야기가 해소시킨다. 톡톡 튀는 것이 너무 지나쳐 가끔 거부감을 일으키는 인물과 이야기는 명확하고 따뜻한 주제가 완화시킨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알바 청소년들을 격려 응원코자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과 같은 입장에 처한 이들이 이 글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쓴 글처럼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노력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법 괜찮은 책이라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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