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7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의 약한 부분을 마주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아마 아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직접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그 괴롭고 자기비하적인 고뇌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의 화자 따까리의 심정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겁쟁이라서 수없이 많은 순간에 도망과 외면을 선택했었다. 따까리처럼 누군가의 따까리가 된 적은 없지만, 부탁을 빙자한 심부름을 하며 친구를 돕는다고 되뇐 적은 없지만 그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부당한 일을 당 할 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라며 눈을 내리깔았고, 당당하게 맞서야 할 때 상대 해 봤자지. 그냥 무시하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정신승리도 저 어린 것. 이라는 여유로움도 수십 번이었다. 그 속에 숨겨져있는 진실은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고 외면했던 따까리는 끝끝내 도망치고 말았던 나와는 달리 한 걸음을 내딛었다. 가장 중요한 때에 한 번 도망쳤지만, 다시 돌아와 주먹을 쥐어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에 의해 억지로 맞섰지만,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의 의지로 서있었다. 누명을 씌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들에게 대응했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폭력 앞에서 맞받아쳤다.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서, ‘우리였기 때문에, 라는건 그러지 못했던 나의 핑계에 불과하다. 나도 나의 약한 부분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약하고 용기가 없는지, 얼마나 안일하고 바보 같았는지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게 전부인걸.’이라는 생각뿐이었던 시기를 지나 내가 하지 않은 거야. 못한게 아니라.’라는 인정과 반성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따까리처럼 맞서지 못했다. ‘겁쟁이여서 그래라는 말이 새로운 내 방패가 되고 말았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하지 못할 거야라는게 내 생각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강한 자기비하의 늪에 빠져들어 있을 뿐이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부족하다. 따까리도 전학생도 쭈쭈바도 로댕도 신가리도. 심지어 권력의 중심인 까마귀도 피제이도 담임도 모두. 하지만 이들 중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앞의 5명은 다른 이들과 달리 그 자리에 멈춰서는 대신 한 걸음 나아간다. 비권력자 무리인 이들의 부족한 부분인 약함을 마주하고 힘을 낸다. 질걸 알면서도 맞서 싸워우고 끝내는 시원하게 깨져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멋지게 느껴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나와 같았던 이들이 나는 하지 못했던,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해내는 모습은 마음 깊숙이까지 들어온다.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 아래에 비현실적인 인물들과 허무한 결말이 자연스럽게 맞물리지 못하는 것만 제외하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내게는 두려움에 대해, 또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스울 정도로 부족하지만 한 걸음을 내딛은 따까리와 친구들을 보며 나 역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나도 바뀔 수 있기를. 그 힘겨움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까지 알고 다른 이들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위안과 용기를 모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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