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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5월
평점 :
어설픈 위로는 없느니만 못하다. 눈물을 쏟아내고 싶은 사람에게 울지 말라 말하고, 주저앉은 사람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만큼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종종 진정한 위로에 대해 생각한다. 눈물을 쏟아내는 친구를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떤 위로가 진심으로 가 닿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위로를 바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내게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은 제법 괜찮은 위로로 다가왔다. “나도 이미 겪었어. 그거,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소위 꼰대들의 위로 아닌 위로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나가며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위로들.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뚝뚝 묻어나는 섬세한 위로라기엔 뭔가 부족하지만 뜬구름 잡지도, 다그치지도, 마구잡이로 들이밀지도 않는 정돈되고 깔끔한 위로는 가슴에 조금씩 스며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찡 하고 울리거나 훅 들어오지는 않지만 천천히 다독여주는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1부 나의 사춘기에게)를 시작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달려 나갈 것인지 그 과정이 중요함을, 다음 또는 다른 것이 있음을(2부 너의 사춘기에게) 알려주고, 스스로 헤쳐 나가는 방법에 대해 보기를 제시(3부 도대체 나란 사람: 나 사용법 만들기 / 4부 어른의 삶이 다가오고 있다))해주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듣고 싶었던 것들(5부 너희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하나하나가 전부 작가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하며 추려낸 주제와 그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어설픈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어떤 위로보다 진솔하고 시원하며 깔끔하다.
게다가 작가는 절대 ‘그건 그런 거야’ ‘이렇게 해’ 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면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만약 이 책이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방법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이렇게 깔끔하고 시원한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또 그 덕분에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되었다.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위로는 허무할 따름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에 대한 위로는 폭력이며 자아도취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위로, 좋은 위로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위로를 건넨다.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위로가 얼마나 괜찮은지 보여준다. 특히 아직도 청소년기의 감성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내게는 공감한 부분, 얻어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었으며, 또한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를 꿈꾸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는 좋은 예시이자 좋은 자극제를 만나 더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제법 훌륭한 책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