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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한 것과 무례한 것은 한 끗 차이이다. 솔직함이 매력이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당신이 그 한 끗을 넘어버리는 순간 허울 좋은 핑계라며 손가락질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 순간의 실수가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솔직하다는 말은 솔직히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번 책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읽기 전부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냥 솔직한 것도 아니라 격하게 솔직하다니. 책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왠지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어서 살짝 지지치고 말았다.

 

그 선을 넘었나 안 넘었나를 구분하는 것은 개인차가 있는게 당연하다. 그러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관점을 말하는 건데, 내 눈에는 굉장히 위험천만한 외줄타기처럼 보였다. 먼저 선 바깥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이렇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뚱뚱하거나 못생긴 여자의 이야기는 불쾌했으며, 영화에 아름다운 여자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했다.”거나 누추하고 촌스러운 감자 같은 남자라는 문장과 중후반쯤에서 만나는 토실토실 살찐 아기 돼지 같은 어머니라는 묘사, “기가 세고 재능 있고 못생기고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한 여자는 이렇게 훌륭한 거군.”이라는 작가의 생각은 읽는 순간 이거 좀 아슬아슬하지 않아?’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저 읽는 것뿐임에도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숨을 들이키게 되었다. 지금까지 솔직함을 낯설어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한다면 나도 수긍하는 편이지만 그런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기분이 더 컸다. 물론 맥락을 통해 그 말을 하는 의도는 확실히 알 수 있으니 단지 여기에 적는 문장만으로 판단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 반면 선 안은 제법 매력적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의 리듬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나 불쌍하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당사자를 불쌍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부분 등은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나도 변명 따위 집어치워!’라고 스스로를 억제하기보다 저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내 영어는 세탁소 주인과 싸울 때는 완벽했다.”라거나 커피 값을 절대로 내지 않는 남자가 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잘 마셨습니다.“하는 거다. (생략) 그것은 이미 예술이다.”라는 문장들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피식 웃음이 나오니 그 안의 내용은 상상이 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솔직함이 유쾌함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즐거운 기분으로 맛보았다.

 

아슬아슬함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고, 다 읽었을 때는 조금 지치고 말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다. 게다가 이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38년생의 어른이었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다른 작품이 효과라니. 과연 작가의 다른 책은 그 선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을지 상상하며 다음에 읽을 책은 이 작가의 것으로 결정했다.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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